최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인공지능(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우려로 국내 반도체주가 급락했지만 산업의 구조적 성장세는 오히려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증권가 분석이 나왔다.
메모리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이 향후 수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근 주가 조정은 펀더멘털 악화보다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단기 변동성이라는 진단이다.
27일 KB증권은 보고서를 통해최근 한 달간 나타난 반도체 주가의 급격한 조정은 산업의 구조적 변화라기보다 단기 불확실성에 따른 심리적 변동성 확대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KB증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국내 시가총액 1, 2위 기업인 삼성전자(005930) 와 SK하이닉스(000660) 주가는 각각 33%, 41% 하락했다.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우려와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되며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영향이다.
다만 업종별 실적과 산업 여건은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KB증권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3분기 최소 3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메모리 공급 부족도 2028년까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AI 기판 공급 부족은 하반기 들어 한층 심화되면서 AI 반도체 생태계의 공급 제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027년에는 반도체 산업 역사상 가장 공급이 빠듯한 국면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부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장기공급계약(LTA)이 본격 확대되면서 신규 메모리 생산 물량이 우선 배정되고, 이에 따라 스마트폰과 PC 업체에 공급되는 범용 메모리 물량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확대도 공급 부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혔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글로벌 D램 웨이퍼 생산능력 가운데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15%에서 내년 34%까지 두 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며 “신규 생산능력이 고부가 제품인 HBM에 집중되면서 범용 D램 공급 증가가 제한되고, 소비자용 IT 기기의 메모리 부족 현상도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투자에 대한 시장의 버블 우려 역시 과도하다는 분석이다.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AI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과소 투자 위험이 과잉 투자보다 더 크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으며, AI 인프라는 산업 전반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AI 투자 규모를 공격적으로 가정해도(약 8000억 달러)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 비중은 2.5%에 불과해 과거 기술혁명 당시 버블이 형성됐던 5~7%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반도체 산업은 주가 흔들림의 난기류 속에서도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선호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전기(009150) , LG이노텍(011070) 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