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태양광 산업 급락, ‘전기 시대의 호르무즈’ 위기 현실화되다

3줄 요약

△중국 태양광 산업이 공급 과잉과 출혈 경쟁으로 장기 침체에 빠졌지만 중국 정부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도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에 성공하면 중국 선도 기업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고, 실패하면 저가 공세나 공급망 혼란으로 한국과 세계 태양광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태양광 공급망의 80% 이상이 중국에 집중된 만큼 중국의 구조조정 향방은 한국 태양광 산업의 경쟁 환경과 세계 에너지 전환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태양광 산업이 침체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요보다 최대 2배나 많은 공급 과잉을 유발하는 제 살 깎아먹기 식 물량 경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만일 80%가 넘는 점유율로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 태양광 산업이 구조조정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한국 태양광 산업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중국 태양광의 미래를 전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중국 동남부 장저우시에 있는 한 해상 태양광 발전소 전경. 신화연합뉴스 ‘10분기 연속 적자’ 중국 태양광 업계 대표이자, 세계 최대 태양광 기업 가운데 하나인 론지 그린에너지 테크놀로지는 올해 상반기 34억에서 최대 38억 위안(약 8320억 원) 규모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습니다. 1년 전 기록한 25억 7000만 위안보다 순손실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인데요. 중국 태양광 업계 전반이 이 같은 분위기입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주요 5개 태양광 패널 업체(론지·트리나·JA·진코·통위) 모두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들의 순손실 합계는 70억 위안(약 1조 5330억 원)에 달합니다. 론지와 통위의 경우 올 1분기까지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고 중국 경제 매체 제일제경은 전했습니다.

중국 태양광 산업 전체의 생산 능력은 1000GW로 연간 500GW에서 700GW에 달하는 전 세계 설치량의 2배 수준에 이르는데요. 공급이 수요를 웃돌면서 중국 태양광 모듈 설비의 평균 가동률은 50% 안팎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 당국이 심각한 태양광 네이쥐안(內卷·제 살 깎아먹기 식 출혈 경쟁)에 강력한 규제를 가하는 것과 대비되는데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기술·품질·자본 요건을 강화하고, 업계와 공동으로 가격과 물량을 조절하는 구조조정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업계도 자산 매각, 인수합병(M&A) 등 자율 구제를 진행하고 있고요. 특히 보조금 중단이라는 강도 높은 대책도 시행됐습니다.

올 4월부터 실리콘 웨이퍼, 태양전지, 모듈 등 249개 태양광 관련 품목에 적용되던 수출환급세(증치세) 규모를 9%에서 6%로 축소하고, 내년부터는 전면 폐지할 예정입니다.

중국은 태양광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인공지능(AI)까지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 산업을 육성하는 국가 주도 전략을 채택하고 있죠. 이번 제도 변화는 태양광 업계에 대해 보조금 효과를 내는 세제 혜택을 중단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구조조정으로 ‘더 강력한 中 태양광’ 탄생하나 업계에서는 ‘보조금이 이끄는 초저가 태양광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하는데요. 그러나 당국과 업계의 이 같은 노력에도 구조조정 성과가 제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중국 내몽골 자치구에서 한 태양광 패널 단지가 가동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문제는 중국 태양광 산업이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태양광은 에너지 전환은 물론 AI 시대 전력 인프라의 핵심으로 꼽히는데요. 현재 세계 태양광 공급망의 80% 이상이 중국에 집중돼 있는 만큼 중국 구조조정은 전 세계 에너지 전환의 속도와 안정성까지 좌우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태양광 반대편에 있는 원유 시장 역시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그 배경에도 중국(정확하게는 중국의 원유 수요 둔화)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석유 시장에서는 중국의 수요가 가격을 흔들고, 태양광 시장은 중국의 공급이 흔들고 있는 셈입니다.

중요한 점은 ‘중국 태양광 구조조정 향방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가’ 이겠죠. 중국 당국의 방향은 분명합니다. 양적 팽창 대신 질적 개선, 즉 경쟁 도입을 통한 옥석 가리기. 중국 태양광 업체들이 옥석 가리기에 성공한다면 지금보다 더 위협적일 수 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올 5월 발간한 ‘중국 태양광 산업의 구조조정 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서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표준과 규제 대응 역량을 강화한 중국 선도기업과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지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중국 태양광 업계가 저가 물량 공세만 펴는 게 아닐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실제로 최근 흐름은 중국 태양광 업체들이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등으로 사업을 넓히는 추세입니다. 공급망 범위가 태양광을 넘어 통합 에너지 시스템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죠. 한국 기업들이 이들을 상대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대외연 보고서는 한국 태양광 기업들이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셀 등 차세대 기술을 조기에 상용화하고, 글로벌 표준·인증 선점하는 등 차별화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아울러 우리 기업들도 ESS 연계 에너지 관리(EMS)를 결합한 통합 솔루션 모델로 사업 구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