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축전지 구동 로봇 수백 대 5층 점거… 거주자들 “숨 쉬는 것조차 고역이라 호소”

인천 쿠팡 대형 물류센터 화재, 진화 사흘째 장기화

  인천 서구 소재 쿠팡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가 닷새 가까이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소방당국은 건물 안의 온도와 유독가스 농도가 매우 높아 정면 돌입이 어려운 상황이며, 불이 옆에 있는 화학공장으로 번질 가능성도 짙어졌다.

  ● 확산 차단 핵심, 리튬배터리 작동 로봇 수백 대

  소방 당국에 따르면 화재를 당장 잡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5층에 리튬배터리로 움직이는 물류 로봇이 수백 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이 배터리 용량은 전기자동차 약 20대를 모은 양에 해당한다. 한 소방 현장은 “로봇이 모여 있는 곳으로 불이 넘어가면 건물 전체가 순식간에 타들어간다”고 밝혔다.

  ● 발화 지점, 6층에서 7층으로 번져

  불은 차량 출입구인 램프를 기준으로 6층 오른쪽 1번 구역에서 시작돼 곧바로 윗층인 7층으로 옮겨 붙었다. 이후 소방 지상팀과 공중팀이 함께 물을 뿌렸지만 잠시 화기가 약해진 틈에 19일 저녁 서쪽, 20일 새벽 북쪽으로 차례로 퍼졌다.

  쿠팡이 직접 사서 보관하는 주요 배송 물품 창고로, 지상 8층, 넓이는 29만9천 평방미터로 축구장 42개 분에 이른다. 최초 불이 붙은 6층은 천장 높이가 10미터인 3단짜리 선반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종이 상자와 비닐로 싼 생활물품이 가득 쌓여 있어 불길과 열기를 빠르게 키웠다.

  ● 건물 붕괴 우려, 안에서 직접 진화 못 해

  농연과 열기가 너무 세 6, 7층 안으로 소방관이 직접 들어가지 못하고, 5층 선에서 더 번지지 않도록 방어선을 치고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시간이 길어지자 건물 구조가 약해질 가능성도 제기돼 진화 속도가 더뎌졌다.

  근처 아파트 주민은 “검댕 냄새가 밴 연기로 창문도 못 열겠고 숨을 쉴 수가 없다며 평소에는 없던 기침이 계속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 500m 옆 석유화학공장, 2차 사고 차단에 총력

  현장에서 약 500미터 떨어진 SK인천석유화학으로 불길이 넘어가지 않도록 고가 사다리차와 굴절 사다리차를 총동원해 방어 수단을 깔고 있다. 석유화학 시설은 보안 등급이 높은 국가 핵심시설로 분류돼 소방·경찰이 동시에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해당 석유화학 시설은 보안이 엄격한 국가중요시설로 관리되고 있다.)

  ● 인접 학교와 학원, 학생 피해 막으려 일제히 문 닫아

  연기와 가스를 우려해 화재를 끼고 있는 학교와 주변 어린이집들도 임시로 쉬고 있다. 서해구는 전날 밤 11시를 기해 반경 116미터 안 가게와 사무실에 즉시 대피하라는 재난 문자를 보냈고, 신석초등학교와 석남동 일대 어린이집 12곳도 임시 휴업을 시작했다.

  ● 경찰, 진화 끝난 뒤 합동 감식 나서

  경찰청은 광역범죄수사대와 중대재해수사계 등 경찰관 35명으로 구성된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불이 완전히 꺼지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원인 규명을 위한 현장 감식에 들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