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 앞에선 너도나도 돔구장 뚝딱 지방선거 달구는 ‘야구장 공약’ 허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야구장 건설 약속

선거가 다가오면 스포츠 현장이 더욱 주목받습니다. 수천에서 수만 명의 관중이 모이는 경기장은 후보자들이 지역 주민들과 팬들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중요한 장소입니다. 지역 팀 팬들의 마음을 얻는 것은 선거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새 구장 건립과 팀 유치 공약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20년째 제자리인 부산 야구장 문제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부산입니다. 부산시장 주요 후보들이 줄줄이 야구장 건립 약속을 내놓고 있습니다. 부산의 낡은 야구장 문제는 수십 년째 지방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주제입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선거 때마다 새 구장 건설이나 사직야구장 재건축 약속이 나왔습니다. 1985년에 지어진 사직야구장은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야구장 중 하나입니다. 오래된 시설이 방치되면서 관중들의 불편은 계속 커졌습니다.

경기 중 선수가 다치는 일도 있었고, 태풍으로 폭우가 내릴 때 선수 대기석이 물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광주, 대구, 대전 등에는 새 야구장이 생겼지만 부산에서는 눈에 띄는 진전이 없었습니다.

역대 부산시장들이 모두 선거 과정에서 야구장 신설을 약속했지만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시장 역시 재건축 약속을 성과로 바꾸지 못했습니다. 2021년 10월 부산시와 롯데자이언츠가 재건축을 위한 협력 선언을 했지만, 예산 확보 등 실무 준비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다시 선거철을 맞아 부산시장 주요 후보들은 사직야구장 노후 문제 해결 공약 경쟁에 나섰습니다. 한 후보는 부산 북항에 개폐식 돔 구장을 건설해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를 열 수 있는 다목적 야구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다른 후보는 기존 사직야구장 재건축을 계속 진행하면서 동시에 북항에도 새 야구장을 지어 제2구단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또 다른 후보는 북항 야구장 건설의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하며 사직야구장을 돔구장으로 재건축하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쏟아지는 돔구장 약속

야구장 건립이나 팀 유치를 내건 공약 경쟁은 부산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충북지역 후보들은 돔구장 건설, 프로야구 2군 구단 창단 공약을 내놨습니다. 충남에서도 현역 도지사 후보가 천안과 아산에 5만 석 돔구장 공약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축구, 아이스링크, 케이팝 공연을 연중 운영하는 문화 스포츠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설명입니다.

전북지역에서는 돔구장 건설과 프로야구 제11구단 창단을 공약으로 제시한 후보도 있습니다. 돔구장 건설 공약은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들 사이에서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화성, 파주, 광명, 구리 등 경기지역 도시들에서 활발합니다.

광명, 구리시장 일부 후보들은 돔구장 활용안에 케이팝을 내세우며 다목적 타이틀을 달아 다양한 스포츠 이벤트 유치 가능성도 열어뒀습니다.

구장 건립과 팀 유치, 과연 가능할까

잇따르는 돔구장 공약을 두고 환영하는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의 시선이 많습니다.

2015년 완공된 국내 유일의 돔형 야구장인 고척돔은 2000억 원 안팎의 건설비용이 들었습니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 건설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같은 규모의 돔구장을 짓는 데 훨씬 많은 비용이 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건설 재원 확보 방안을 두고 물음표가 붙는 이유입니다.

공약에 담긴 돔구장 규모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충북, 충남, 화성 등에서 나온 돔구장 공약은 대부분 5만 석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현재 고척돔이 1만 7000석 규모이고, 사직야구장 재건축안이 2만 석 내외로 논의 중인 것을 고려하면, 5만 석 규모는 국내 스포츠 시설로는 상당히 큰 규모에 속합니다.

규모가 커질수록 건립비용은 늘기 마련입니다. 유지비용 부담도 문제입니다. 고척돔의 경우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하나인 키움 히어로즈의 홈구장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1년에 프로야구 72경기가 고정적으로 열립니다.

이 밖에도 연간 10회 안팎의 대형 공연도 열립니다. 2025년에는 유명 가수들의 공연이 객석을 채웠습니다. 그럼에도 고척돔은 연간 100억 원 이상 예산이 투입되는 데 비해 자체 수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서울과 경기 외 지역에 들어설 돔구장이 운영비를 자체적으로 충당할 수 있을지 관건입니다.

돔구장 공약의 상당수는 프로야구 구단 유치도 함께 내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이행되기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많습니다. 현재 프로야구 10구단 체제에 대해서도 구단 수가 많다는 평가가 꾸준히 나옵니다.

국내 대비 약 50배의 야구 인프라를 갖춘 것으로 알려진 일본 프로야구의 경우 12구단 체제입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장 후보가 내건 11구단 유치 공약에 대해서는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프로야구 측도 10구단을 넘어서는 1군 리그 확장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프로야구 1군 구단이 없는 울산에서 새 팀이 창단됐으나 이 팀은 2군에서만 활동합니다.

프로야구 총재도 야구 인프라 확충에는 적극적이지만 11구단 창단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습니다. 다만 울산과 같은 2군 시민구단 형태에는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후보의 프로야구 11구단 유치 공약에 대한 지역 내 시선은 엇갈립니다. 지난 4월 한 후보는 야구 유니폼을 입고 “프로야구 1군 구단 창단을 추진하겠다”며 춘천에 위치한 송암야구장 규모 확장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경쟁 후보는 해당 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하며 비판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최근 프로야구가 1000만, 1200만 관중을 잇달아 돌파하면서 돔구장 건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포츠 팬심을 겨냥한 공약을 바라보는 시선이 환영 일색인 것은 아닙니다.

특히 야구팬들은 지난 20여 년간 장기간 해결되지 않은 부산 사직야구장 문제를 지켜봐 왔습니다. 선거 때마다 반복된 그럴듯한 약속이 이번에도 빈 약속에 그칠지 관심이 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