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본토 자금 홍콩증시로 움직인다


중국과 홍콩 증시의 흐름을 보면, 이제 홍콩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힘이 예전과 조금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미국과 유럽 같은 해외 투자자금이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주가에 큰 영향을 줬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하이와 선전 계좌를 가진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홍콩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면서 시장의 중심축이 바뀌는 모습이다.

예전의 홍콩은 해외 자금이 중국 기업에 투자할 때 거쳐 가는 통로에 가까웠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 안에 있는 투자자들이 홍콩에 상장된 자국 기업을 다시 평가하고 직접 사들이는 시장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특히 텐센트, 샤오미, 메이퇀, 알리바바처럼 중국 소비자에게 익숙한 대형 기업들이 홍콩에 많이 상장돼 있어 본토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강구퉁이 있다. 강구퉁은 중국 본토 투자자가 별도의 해외 계좌 없이도 상하이·선전 증권계좌를 통해 홍콩 주식을 살 수 있게 만든 제도다. 중국 안에서 남쪽에 있는 홍콩으로 자금이 이동한다고 해서, 이런 돈을 보통 남향자금이라고 부른다.

최근 이 남향자금의 영향력은 크게 커졌다. 홍콩거래소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중국 본토 투자자들은 강구퉁을 통해 홍콩 증시에서 대규모 순매수를 이어 갔다. 거래 규모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제 강구퉁은 단순히 보조적인 매수 창구가 아니라, 홍콩 증시의 분위기를 바꾸는 핵심 자금줄로 평가된다.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홍콩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살 수 있는 종목이 다르기 때문이다. 본토 증시에서는 바로 투자하기 어려운 플랫폼 기업들이 홍콩에는 많이 상장돼 있다.
둘째, 가격이 더 낮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같은 회사라도 상하이나 선전에서 거래되는 주식보다 홍콩에서 거래되는 주식이 더 싼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칭다오맥주다. 이 회사는 본토 주식과 홍콩 주식에 함께 상장돼 있는데, 같은 기업임에도 홍콩 시장 가격이 더 낮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차이는 두 시장의 투자자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생긴다. 본토 시장은 중국 안의 투자자가 중심이고, 홍콩 시장은 해외 투자자와 홍콩 투자자의 비중이 크다. 그래서 경기 둔화, 미국과 중국의 갈등, 달러 금리와 환율 같은 부담 요인은 홍콩 시장에 더 빠르게 반영되는 편이다.

반대로 본토 증시는 중국 안의 유동성과 정책 기대에 더 크게 움직인다. 그런데 최근에는 본토 시장도 뚜렷한 상승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 주식이 상대적으로 싸게 보이자, 본토 자금이 강구퉁을 통해 홍콩으로 더 많이 이동하고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낮아진 금리다. 중국에서는 예금금리와 국채금리가 예전보다 많이 내려왔다. 예금에 돈을 넣어도 수익이 크지 않고, 채권 역시 기대 수익이 줄어들자 투자자들은 안정적으로 배당을 받을 수 있는 홍콩 상장 종목으로 관심을 넓히고 있다. 중국모바일, 중국건설은행, 중국해양석유 같은 대형 국유기업이 대표적이다. 이들 종목은 급격한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보다 꾸준한 배당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여겨진다.

다만 본토 자금이 많이 들어온다고 해서 홍콩 증시가 항상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중국 본토 투자자의 비중이 커질수록 홍콩 시장은 해외 기관의 판단뿐 아니라 중국 안의 금리 수준, 본토 증시 분위기, 정책 기대감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다시 말해, 홍콩 증시는 이제 해외 자금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시장이 되고 있다.

정리하면, 홍콩은 여전히 중국 기업이 해외 자금을 끌어오는 창구이면서 동시에 중국 내부 자금이 역외에 있는 자국 기업을 다시 사들이는 시장으로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제 홍콩 주식의 가격은 해외 큰손만이 아니라, 중국 본토 투자자들의 선택에도 크게 좌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