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면 시간이 평소보다 1시간 20분가량만 줄어도 불과 6주 만에 체중과 허리둘레가 함께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데 그치지 않고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등 생활 습관까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나 수면 부족이 비만과 대사질환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컬럼비아대 바젤로스 의과대학 연구진은 심장대사질환 위험이 있는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을 분석한 결과, 장기간 이어지는 경미한 수면 부족이 체중 증가와 허리둘레 확대, 좌식생활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 결과는 미국내과학회(ACP) 학술지 ‘내과학회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는 평소 하루 7시간 이상 잠을 자는 20세 이상 성인 9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일정 기간 평소 수면을 유지한 뒤, 다른 기간에는 취침 시간을 90분 늦춰 약 6주 동안 수면 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생활했다.
두 실험 사이에는 휴지기를 둬 이전 조건의 영향을 최소화했다. 연구진은 손목에 착용하는 활동량 측정기를 활용해 수면과 신체활동을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체중, 허리둘레, 체지방량, 체성분 변화 등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수면 제한 기간 참가자들의 실제 수면 시간은 하루 평균 78.4분 감소했다. 반면 체중은 평균 0.45㎏ 증가했고 허리둘레도 평균 0.5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활동량에도 변화가 확인됐다. 잠을 덜 자면서 깨어 있는 시간은 길어졌지만, 오히려 하루 평균 앉아 있거나 거의 움직이지 않는 시간은 17.2분 증가했다.
특히 남성과 폐경 이후 여성에서는 이러한 좌식 시간이 하루 약 30분까지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극단적인 수면 부족이 아니라 실제 많은 성인이 경험하는 수준의 만성적인 수면 감소를 반영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연구 상당수는 하루 4시간 안팎으로 잠을 제한하는 극단적인 환경에서 단기간 진행돼 현실과 다소 거리가 있었다.
제1저자인 파리스 주라이카트 교수는 “6주 동안 증가한 체중은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생활 패턴이 수개월, 수년간 이어질 경우 누적 효과는 결코 가볍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시간이 지날수록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체중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를 이끈 마리 피에르 생통주 교수도 충분한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수면 부족이 체중 증가를 유발하는 정확한 생리학적 기전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수면이 부족할수록 제2형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등 비만 관련 질환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체중 관리와 심장대사질환 예방 프로그램에서도 식단과 운동뿐 아니라 충분한 수면을 유지하도록 돕는 전략이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며 “수면 개선이 장기적으로 건강에 어떤 이점을 가져오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도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