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회사에 기술을 내준 국내 제약사들의 성과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알테오젠은 실제로 제품을 팔아 수익을 내기 시작한 반면, 디앤디파마텍의 기술이 들어간 후보 약물 하나는 임상 1상에서 개발이 멈추었습니다.
① 알테오젠, 키트루다 피하주사제 매출 급증
미국 머크(MSD)는 최근 2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피하주사형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큐렉스’의 매출이 4억6300만달러(약 6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직전 분기 매출 1억2800만달러 대비 세 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올해 상반기 동안 쌓인 매출만 5억9000만달러에 달합니다. 정맥주사로 쓰던 기존 키트루다와 피하주사형 키트루다를 합친 2분기 매출은 83억6600만달러였습니다. 키트루다 큐렉스에는 알테오젠이 만든 피하주사 제형 변환 기술 ‘ALT-B4’가 들어가 있습니다. 정맥이 아닌 피부 밑에 짧은 시간 안에 주사할 수 있도록 바꾼 제품으로, 지난 2025년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판매에 들어갔습니다. 단순히 기술을 판 것이 아니라 허가를 받고 실제로 제품을 팔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바이오 플랫폼의 대표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알테오젠은 계약 조건에 따라 키트루다 큐렉스가 일정 매출 구간을 넘길 때마다 마일스톤(단계 보너스)을 받습니다. 받을 수 있는 마일스톤의 총액은 최대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이며, 이를 다 받으면 이후로는 제품 매출에 비례한 기술료가 평생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키트루다 큐렉스가 더 빠르게 팔릴수록 알테오젠 실적에 반영되는 돈도 단계적으로 커지는 방식입니다.
② 한미약품, 비만 대신 지방간염 치료제로 방향 전환
한미약품이 MSD에 내준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 후보물질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개발이 계속 진행 중입니다. MSD는 이 물질에 ‘MK-6024’라는 개발 코드를 붙여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최근 공식 파이프라인 자료에도 한미약품과 계약해 개발하는 물질이라고 그대로 적시했습니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식욕을 줄이고 인슐린을 나오게 하는 GLP-1 수용체와, 에너지 소모를 늘리는 글루카곤 수용체를 동시에 깨우는 이중 작용 원리의 약물입니다. 한미약품은 2020년 이 후보물질을 총 8억7000만달러 규모에 MSD로 기술수출한 바 있습니다. 현재 주된 개발 대상 질환은 비만 자체가 아니라 MASH(지방간염)로 맞춰져 있습니다.
③ 디앤디파마텍, 화이자서 후보물질 하나 탈락
디앤디파마텍의 경구용 비만치료 후보물질 ‘MET-224o’는 화이자 개발 목록에서 빠졌습니다. 화이자는 2분기 파이프라인 보고서에서 이 물질을 “지난 5월 5일을 기준으로 개발이 중단된 프로그램”으로 분류했습니다. 해당 물질은 디앤디파마텍의 먹는 펩타이드(약물 분자) 전달 기술 ‘오랄링크’를 적용한 GLP-1 수용체 작용제로, 임상 1상 단계에 있었습니다. 화이자는 중단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디앤디파마텍은 2023년과 2024년에 미국 비만치료 개발사 멧세라(Metsera)에 오랄링크를 적용한 먹는용 후보물질 다섯 개를 기술이전한 바 있습니다. 이후 화이자가 멧세라를 인수하면서 관련 파이프라인을 그대로 넘겨받았습니다. MET-224o 하나가 멈춘 것은 그것만의 결정으로, 오랄링크 플랫폼 자체의 실패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앞으로 다른 후보물질들이 임상에서 얼마나 진척하느냐가 플랫폼의 가치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됐습니다.
④ 사노피, 아델·SK바이오사이언스 기술 유지
프랑스 사노피가 들여온 국내 기술들은 개발 명단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사노피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는 아델의 알츠하이머병 치료 후보물질 ‘ADEL-Y01’과 SK바이오사이언스의 차세대 폐렴구균 접합백신이 외부 기술을 도입해 만드는 파이프라인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ADEL-Y01은 뇌에 쌓이는 비정상 타우 단백질을 겨냥한 항체 치료제이고, SK바이오사이언스와 사노피는 영유아와 성인용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을 함께 개발 중입니다. 사노피가 공식 협력 대상으로 두 사업 모두 다시 확인했다는 점에서 개발이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⑤ 업계 시각
한 업계 관계자는 “알테오젠처럼 실제 매출이 난 사례와 디앤디파마텍처럼 후보물질이 도중에서 끊긴 사례가 동시에 나오면서, 국내 제약사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잣대도 계약 수에서 임상·상업화 성적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키워드 : 알테오젠 · 디앤디파마텍 · SK바이오사이언스 · 한미약품 · 사노피 · 화이자 · 키트루다 · 머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