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주식시장을 이끌어왔던 반도체 종목들이 크게 흔들리면서, 반도체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도 대표 지수보다 더 큰 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 반도체 두 종목 외에, 삼성전기 비중을 많이 담은 ETF의 수익률이 급락했다. 삼성전기 주가가 오르자 여러 ETF들이 앞다투어 삼성전기 비중을 높였다가, 시장이 조정받으면서 오히려 역풍을 맞은 것이다.
13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69.01포인트(8.95%) 떨어진 6806.93에 거래를 마쳤다.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전 거래일 대비 10.70%, 15.37% 하락했다. 삼성전기는 같은 기간 18.62% 급락하면서 지수를 더욱 끌어내렸다.
▶ 국내 반도체 ETF, 줄줄이 타격 입다
특히 삼성전기 비중이 높은 ETF일수록 낙폭이 컸다. 삼성전기는 그동안 인공지능(AI) 서버와 네트워크용 고부가 기판 시장에서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받아 주가가 빠르게 올라갔다. 반도체 ETF도 이를 앞다투어 담았지만, 조정장에서는 발목이 잡혔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AI반도체TOP2플러스’ 상품은 이날 수익률이 마이너스 14.85%로, 레버리지를 제외한 반도체 ETF 가운데 가장 부진했다. 이 ETF에는 삼성전기가 17.55% 담겨 있다.
삼성전기 비중이 높은 다른 ETF들도 비슷하게 흔들렸다. 삼성전기 비중이 17.12%인 ‘K반도체 TOP2+’ 상품은 이날 14.65% 하락했다. 삼성전기를 17.02% 담은 ‘ACE K반도체TOP2+’ 상품은 14.18% 떨어졌다.
이 밖에도 ‘HANARO Fn K-반도체’, ‘SOL AI반도체TOP2플러스’처럼 삼성전기 비중이 15% 이상인 상품들이 모두 큰 폭으로 빠졌다. 이들 ETF의 최근 일주일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 20%대로 집계됐다.
▶ 삼성전기 비중 낮은 ETF는 하락 폭 제한적
반면 포트폴리오에 삼성전기를 담지 않은 ETF는 비교적 낙폭이 제한됐다. ‘RISE AI반도체TOP10’과 ‘글로벌HBM반도체’ 상품의 이날 수익률은 각각 마이너스 8.17%, 마이너스 8.64%를 기록했다.
▶ 운용사들, 실적 기대감에 삼성전기 대거 편입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삼성전기를 많이 담은 것은 실적 개선에 따른 중장기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다. 특히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같은 핵심 부품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수혜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ETF 포트폴리오가 특정 종목으로 쏠리는 것에 대한 경고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 대형주 위주로 산업 전반에 투자한다는 상품 출시 취지가 옅어지고, 분산투자 효과가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쏠림 현상 때문에 운용사들 간 포트폴리오가 비슷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삼성전기뿐 아니라 SK스퀘어도 운용사들이 최근 잇따라 비중을 늘린 핵심 종목으로 꼽힌다. AI반도체TOP2플러스와 HANARO Fn K-반도체는 지난달 SK스퀘어를 새로 담았다. SK스퀘어가 SK하이닉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편입해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되는 투자 수요를 반영하려는 움직임이다.
▶ 업계 관계자, 투자 접근 방식에 조언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기의 AI 기판 경쟁력에 대한 시장 평가는 여전히 긍정적이다.”라면서도 “단기간 주가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운용사들의 편입 비중이 함께 높아졌고, 조정 국면에서는 ETF 수익률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ETF를 고를 때는 단순히 업종만 볼 것이 아니라, 편입 종목의 집중도와 Valuation 부담도 함께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