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는 2027회계연도 예산안에 동맹국 조선소의 군함 제작 능력을 연구하는 비용으로 약 2조 8200억원을 책정했습니다. 미 해군연구소는 이를 두고 해군 함정에 외국 설계를 도입하고 일부 작업을 해외 조선소에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해외 조선소는 한국과 일본을 가리킵니다. 군함의 선체, 기계, 전기 구조물을 한국이나 일본에서 제작하고, 미국 방산업체가 전투 시스템 통합을 맡는 방식입니다.
미 해군은 숙련된 인력 부족, 공급망 불안정, 조선소 노후화 등으로 함정 건조가 늦어지는 상황입니다. 이에 한국과 미국 간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한화가 차세대 호위함 건조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의회의 제동
하지만 6월 5일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가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 심사 과정에서 해군 예산 중 어떤 자금도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될 전투함 조달 계약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수정안을 승인했습니다.
수정안을 제출한 민주당 하원의원은 “미국의 군사 지출은 미국의 일자리를 지원해야 한다”며 “수상함 전력의 일부라도 외국 영토에서 외국인 노동력으로 건조한다는 발상은 용납할 수 없고 미국 산업과 일자리,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미 하원의 이번 조치가 해외 조선소 활용을 검토하는 트럼프 행정부와 실제 예산 통제권을 가진 의회 간 인식 차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향후 전망
국방수권법안은 국방부 예산과 정책 방향을 규정하는 연례 법안으로, 하원 본회의와 상원 심의를 거친 뒤 양원 조정 절차와 대통령 서명을 받아야 최종 확정됩니다. 하원의 수정안은 아직 확정된 법률은 아닙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이 최종 법안에 포함될 경우 미국 국방부가 추진해온 동맹국 조선소 활용 전략에는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합니다.
무소속 상원의원은 지난달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일본과 한국에서 구축함을 건조한다는 이야기는 최악의 아이디어”라며 “산업 기반을 재건하려면 미국 조선소에 일감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공화당 소속 상원 군사위원장도 “선체 모듈이든 함정 전체든 미국의 함정 건조를 외국으로 외주화하려는 어떤 움직임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서는 미 의회의 분위기에 대해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조선업 일자리를 보호하는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반영됐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미 정부는 과거 핀란드와 쇄빙선 건조 계약을 할 때 예외 조항인 ‘브리지 방식’을 적용한 사례가 있습니다. 핀란드에서 쇄빙선 2척을 먼저 건조한 이후 미국 조선소에 생산 시설을 구축한 뒤 4척을 더 건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도 브리지 전략을 염두에 두고 해외 건조가 아닌 미국 내 생산 기반 구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