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열풍에 찬물을 끼얹은 충격적인 증시 폭락
올해 내내 뉴욕 주식시장을 이끌어온 인공지능 투자 열기가 급격한 조정 국면을 맞았습니다. 예상을 훨씬 웃도는 미국 고용 통계가 공개되면서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급부상했고, 반도체 종목들이 대규모 매도세에 휩싸이면서 기술주 중심 지수가 1년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주요 지수 일제히 급락
뉴욕 거래소에서 주요 500개 기업 지수는 전날보다 2.64% 하락한 7383.74를 기록했습니다. 10주 연속 상승 기록 달성에도 실패했죠. 기술주 중심 종합지수는 4.18% 급락하며 2만5709.43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2025년 4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입니다. 산업평균지수 역시 1.35% 내린 5만877.78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하락은 단순한 기술주 조정을 넘어서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3월 말 이란 전쟁 종식 협상이 본격화된 이후 이어져 온 상승세의 가장 큰 후퇴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공지능에 대한 낙관론을 바탕으로 주식과 가상화폐, 위험 자산 전반에 유입됐던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습니다.
반도체 업종 투매 수준 하락
시장 하락을 주도한 것은 반도체 종목들이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0.3% 폭락했습니다. 주요 기업들을 살펴보면 브로드컴이 7.9% 급락했고, 마이크론은 13.3%, AMD는 10.9%, 마벨테크놀로지는 13.3% 각각 하락했습니다. 엔비디아도 6.2%, 테슬라도 6.6% 떨어졌습니다.
최근 인공지능 서버 투자 확대로 큰 혜택을 받으며 급등했던 마이크론은 이틀 동안 약 18%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브로드컴 역시 이틀간 20% 안팎의 하락률을 기록했죠.
시장에서는 브로드컴의 실적 발표가 인공지능 투자 열풍에 대한 의문을 촉발한 계기로 보고 있습니다. 브로드컴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놨지만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인공지능 사업 전망 상향 조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인공지능 수요는 여전히 강하지만 성장 속도가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기 시작한 겁니다.
한 시장 전략가는 “인공지능 기업들의 실적은 매우 훌륭했지만 투자자들은 성장률이 정점을 찍은 것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며 “지난 두 달 동안 반도체주 비중이 과도하게 커졌기 때문에 차익 실현 욕구도 상당히 높아진 상태였다”고 분석했습니다.
예상 뒤엎은 강력한 고용 지표
하지만 이날 시장을 무너뜨린 결정적인 요인은 인공지능보다 고용이었습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5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 대비 17만2000명 증가했습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8만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실업률은 시장 예상대로 4.3%를 유지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4월 수정치인 17만9000명보다 다소 둔화됐지만 시장은 세부 내용에 더 주목했습니다. 노동부는 3월 고용 증가폭을 기존 18만5000명에서 21만4000명으로, 4월은 11만5000명에서 17만9000명으로 각각 대폭 상향 조정했습니다. 두 달 동안 총 9만3000개의 일자리가 추가된 셈이죠. 이에 따라 최근 3개월 평균 고용 증가폭은 약 18만8000명으로 확대됐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최근 월가에서 확산됐던 노동시장 둔화 우려와 정반대의 결과였습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신규 채용과 해고를 모두 자제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주요 투자기관들이 일제히 부진한 수치를 전망했지만 실제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강했습니다.
여가 및 접객업이 7만명 증가하며 전체 고용 확대를 주도했습니다. 특히 음식점과 주점 부문에서만 4만8000개의 일자리가 늘었습니다. 지방정부 고용도 5만5000명 증가했고 의료서비스 부문 역시 3만5000명 늘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 투자 붐이 노동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비주거용 건설업은 7개월 연속 고용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진행 중인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건설업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무부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건설 지출은 4월 처음으로 50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거대 기술 기업들의 인공지능 기반시설 투자가 건설업과 제조업 고용을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반면 금융업 고용은 2만2000명 감소했고 정보서비스 부문 역시 감소세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정보서비스 부문은 최근 17개월 가운데 16개월 동안 고용이 줄었습니다.
연말 금리 인상 가능성 70%로 급등
시장은 즉각 중앙은행의 정책 경로를 재평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채권시장은 강하게 반응했습니다. 2년 만기 국채금리는 10.8포인트 상승한 4.157%를 기록했습니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6포인트 이상 오르며 4.5%를 넘어섰고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다시 5%를 돌파했습니다.
월가에서는 10년물 4.5%, 30년물 5%를 시장 심리를 좌우하는 핵심 분기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장기금리가 이 수준을 넘어서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특히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전력 기반시설 구축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 마감 시점 기준으로 금리 선물시장은 올해 12월 말까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확률을 70% 이상 반영하고 있습니다.
채권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배경에는 중앙은행 인사들의 최근 강경한 발언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 지역 중앙은행 총재가 “올해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한 데 이어 일부 인사들도 물가 압력이 지속될 경우 추가 긴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 지역 중앙은행 총재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오늘 고용보고서는 노동시장이 대체로 균형 상태에 있다는 점을 재확인해준다”며 “5월 실업률 4.3%는 완전고용의 정의에 거의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현재로서는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서도 “최근 추세가 지속된다면 곧 행동에 나서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수석 경제학자는 “이번 고용지표는 미국 경제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신호”라면서도 “중앙은행과 시장이 물가 상승 압력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한 지역 중앙은행의 경제성장률 추정 모델이 2분기 성장률을 3%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점도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1분기 성장률이 연율 기준 1.6%였던 점을 고려하면 미국 경제가 다시 가속화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날 시장은 전형적인 ‘좋은 뉴스는 나쁜 뉴스’ 장세를 연출했습니다.
경제가 강하다는 사실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그것이 금리 인하 기대를 무너뜨리고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면서 주식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한 것입니다.
다만 일부에서는 시장 반응이 과도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한 리서치 대표는 “시장은 좋은 경제지표를 나쁜 뉴스로 해석하고 있다”며 “채권시장이 중앙은행의 정책 경로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민반응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이유가 경제 확장과 고용 증가 때문이라면 그것이 반드시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며 “주식시장에 진짜 위험한 것은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오는 것이지 성장과 함께 나타나는 물가상승은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가상화폐도 동반 하락
주식시장뿐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비트코인은 6만 달러선까지 밀리며 지난해 말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달러는 강세를 보였고 채권 가격도 하락했습니다. 주식과 채권, 가상자산이 동시에 하락한 것은 투자자들이 전반적으로 위험 노출을 줄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월가에서는 다음 주 예정된 스페이스엑스 기업공개 역시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업가치 1조7700억 달러로 평가받는 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인공지능 종목과 반도체주, 비트코인 등에서 차익을 실현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이날 시장에서는 기술주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경기방어주로 이동했습니다. 코카콜라와 콜게이트는 3% 이상 상승했고 존슨앤드존슨도 2% 오르며 강세를 나타냈습니다.
새 의장의 첫 회의에 시선 집중
시장의 시선은 이제 오는 17~18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 회의로 향하고 있습니다. 새 중앙은행 의장이 처음으로 주재하는 회의인 만큼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월가는 이번 회의에서 금리 동결 자체보다 성명서와 기자회견의 문구 변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고용 호조와 성장세를 감안할 때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과 인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는 보다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 열풍의 향방 역시 결국 새 의장의 첫 시험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