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이상 신드롬에서 깨달은 교훈, 늦었지만 제대로 된 전환이 시작됐습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석탄 발전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만으로 전환할 경우 전기요금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습니다. 그동안 탈석탄을 내세우며 풍력과 태양광 확대가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거라던 입장에서는 완전히 달라진 셈이죠. 그뿐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이미 중국보다 훨씬 높은데, 재생에너지 확대로 또 오르면 경쟁력이 더 약해진다“라는 현실적인 목소리도 함께 내놨습니다.
환경 운동가 출신인 장관이 스스로 에너지 인식을 바로잡은 것은 늦었더라도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세계 각국도 지금 탄소 중립 목표는 유지하면서 산업 경쟁력까지 살릴 수 있는 에너지 믹스를 빠르게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원전을 다시 전략산업으로 키우고, 프랑스는 신규 원전 건설에 본격 착수했습니다. 영국·일본·대만도 원전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노선을 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에도 산업 경쟁력은 양보할 수 없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죠. 우리나라 상황은 이보다 더 절박합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나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피지컬 인공지능 같은 3대 메가 프로젝트는 어마어마한 전력을 필요로 합니다. 광주에 들어설 반도체 팹 4곳만 해도 한 자리에 대형 원전 1기분이 생산하는 1.4기가와트에 달하는 전력이 필요합니다. 원전 없이 이 대형 프로젝트들을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얘기입니다.
탄소 중립 정책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 자체를 잘못됐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감축 속도나 이행 방식은 경제 사정에 맞춰 유연하게 바꿔야 합니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처럼 에너지를 많이 먹는 업종은 달성 불가능한 감축 목표를 억지로 밀어붙이면 생산비만 늘어나고, 결국 해외 경쟁국에 자리가 내주고 말 가능성이 큽니다. 같은 맥락에서 자산 10조 원 이상 상장사에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정책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 경쟁력 둘 다 놓칠 수 없는 과제입니다. 재생에너지를 꾸준히 키우되, 원전을 포함해 언제나 안정적으로 전기를 끌어 쓸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합니다. 탄소 중립도 산업 현장의 숨통이 막히지 않게 유연하게 끌고 가야 합니다. 장관이 이번에 보여준 발언이 지금까지의 에너지 정책을 현실 중심으로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 재생에너지 확대 + 원전 안정 공급 + 탄력적 탄소 중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