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같은 위험자산 투자와 채권 투자를 결합한 채권혼합형 상장지수펀드(ETF)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증시가 치솟으면서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이들 주식 비중을 높이려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수요를 겨냥한 자산운용사들의 관련 상품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6일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지난달 가장 많은 자금이 순유입된 종목은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으로 집계됐다. 한 달 동안 6124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며 국내 상장 ETF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이 쏠렸다.
이 상품은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50% 담고, 나머지 50%를 우량 채권으로 편입한다.
지난 2월 상장된 뒤 투자 열기가 이어지며 지난달 21일 순자산 1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국내 채권혼합형 ETF 가운데 최단 기간 순자산 1조원을 돌파하며 ‘메가 ETF’가 된 사례다.
이와 유사한 구조인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도 지난달 7일 상장한 뒤 약 3주 만에 2970억원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식과 채권을 결합한 두 상품에만 한 달 새 9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것이다. 이 ETF의 순자산도 5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에 채권을 결합한 ‘1Q K반도체TOP2채권혼합50’, ‘KIWOOM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도 지난달 21일 상장된 뒤 월말까지 각각 2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순유입됐다.
이 같은 결과는 채권혼합형 ETF 특성상 퇴직연금 계좌에서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원래 퇴직연금 계좌에선 주식 등 위험자산을 70%까지만 담을 수 있다. 나머지 30%는 예금이나 채권 같은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한다. 그러나 나머지 30%에 채권혼합형 ETF를 담으면 실질적인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채권혼합형 ETF가 안전자산으로 간주되지만, 상품 내 주식 비중을 50%까지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제의 틈새를 노려 주식 투자 비중을 85%까지 올릴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국내 증시가 급격히 상승함에 따라 채권혼합형 ETF의 인기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재테크 입문자의 주식 투자 위험을 채권 투자로 줄여주는 효과까지 있어 채권혼합형 ETF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다.
시장 수요가 확인되자 관련 상품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에만 채권혼합형 ETF 상품 6개가 상장됐다. 지난달 전체 상장 ETF가 17개였던 것을 감안하면, 출시된 ETF의 3분의 1 이상이 채권혼합형 ETF인 셈이다.
특히 출시된 채권혼합형 상품의 절반인 3개가 모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높은 비중으로 담고 있는 상품이다.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코스피가 7000마저 돌파하면서 기존에 주식 투자 비중을 낮게 가져가던 고령층마저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주식 투자 입문의 위험성도 낮출 수 있는 채권혼합형 ETF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