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없이도 가슴에 붙인 심전도 센서를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나왔다. 이 기술은 팔이나 다리처럼 전기를 만들기 쉬운 곳에서 만든 에너지를 피부 표면을 따라 무선으로 보내, 가슴에 붙은 센서가 작동하도록 돕는다. 덕분에 무겁고 두꺼운 배터리를 넣지 않아도 되어, 몸에 붙이는 건강관리 기기를 더 가볍고 편하게 만들 수 있게 됐다.
이번에 개발된 시스템은 피부에 잘 붙는 패치 위에 심전도 센서와 유연한 회로를 올린 형태다. 가장 큰 특징은 전기를 만드는 부위와 측정하는 부위를 따로 둘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심전도는 가슴에서 재야 하지만, 전기를 만들기 좋은 위치는 꼭 가슴이 아닐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슴은 옷에 가려 빛을 받기 어렵고, 움직임으로 에너지를 얻으려면 팔이나 다리 관절 주변이 더 유리하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무선 전력 전달 방식으로 해결했다.
핵심은 전기를 공기 중으로 멀리 퍼뜨리는 것이 아니라, 인체 표면을 따라 센서 쪽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전력이 흩어지거나 약해지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 또 여러 발전 소자를 함께 쓸 때는 각각 다른 주파수를 쓰게 해, 신호끼리 부딪히거나 힘이 약해지지 않도록 설계했다. 실제 실험에서는 가슴의 센서에서 조금 떨어진 팔 부위에 얇은 태양전지를 붙여 전력을 보냈고, 배터리 없이도 심전도 측정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태양전지 하나에만 묶이지 않는다. 사용 환경에 따라 압전 소자, 열전 소자, 마찰전기 소자처럼 여러 방식의 발전 장치를 선택해 함께 활용할 수 있다. 즉, 사용자가 어디에 있고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맞춰 전기를 만드는 부품을 유연하게 배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꼭 많은 장치를 붙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필요한 상황에 맞게 하나 이상을 골라 쓰면 된다.
안전성도 함께 고려됐다. 연구팀은 인체에 전달되는 전기장의 세기를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수준보다 매우 낮게 맞췄다. 그처럼 낮은 전력에서도 센서 쪽에서는 심전도 측정에 필요한 수준의 전력을 확보했고, 실제 측정 결과도 배터리를 썼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이는 얇고 가벼운 무전원 웨어러블 기기가 실제로도 충분히 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기술이 널리 쓰이면 심전도뿐 아니라 근전도, 뇌파처럼 여러 생체 신호를 오랜 시간 편하게 살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는 큰 배터리를 가진 기기가 전력 중심 역할을 하고, 작은 패치형 센서나 초소형 기기는 배터리 없이 전력을 받아 작동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사용자는 매일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더 얇고 가벼운 차세대 건강관리 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