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 노동조합의 모습이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함께 연대하며 권리를 지키던 전통적인 노조 문화 대신,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실용적 태도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같은 조직 내 정규직 조합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적극 지지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같은 산업별 노조 안에서도 정규직 조합원들이 비정규직의 지위 향상을 강하게 반대하는 일이 생겨났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최근 반도체 대기업에서 일어난 성과급 갈등입니다. 한 회사의 초기업 노조는 지난해 조합원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6천 명 수준이던 조합원이 불과 몇 달 만에 7만 5천 명으로 증가했습니다.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받을 돈이 많아지자 평소 노조 활동에 무관심했던 직원들이 대거 가입한 것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반도체 부서 중심으로 구성된 노조는 자신들 부서에만 이익의 15%를 상한선 없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가전이나 모바일 부서 조합원들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다른 부서 조합원들이 하루에 천 명씩 노조를 떠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의 원인을 세대 특성에서 찾습니다. 현재 노조의 중심인 30~40대는 외환위기 때 부모님의 직장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한 세대입니다. 함께 연대하는 가치보다 개인 생존을 먼저 배웠습니다.
또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한 이들에게는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이라는 원칙보다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이 더 공정하게 느껴집니다.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도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한 대기업 노조 간부는 “요즘 조합원들은 조합비를 서비스 이용료처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임금 협상 시즌에는 가입률이 급증했다가, 협상이 끝나면 조합비가 아까워 빠져나간다는 것입니다. 노조를 공동체가 아니라 필요할 때만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본다는 의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요구 내용은 철저히 개인과 시장 논리로 바뀌었지만, 요구를 관철하는 방식은 여전히 집단주의적이라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초기업 노조는 파업 기간 중 회사를 위해 일하는 사람의 명단을 관리해 나중에 배치 전환이나 해고 대상 우선 순위에 넣겠다고 밝혔습니다. 파업 불참자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겠다는 계획도 공개했습니다.
노동 전문가는 “성과급 기준에 대한 논쟁은 있을 수 있지만, 이런 행위는 기존 노조의 나쁜 관행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으로 노동자 간 갈등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개정된 노동조합법으로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가 각각 원청 기업과 협상하게 되면서 파이 나누기 싸움이 불가피해졌습니다. 곧 본격화될 정년 연장 논의는 노조 내 세대 간 갈등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과거 민주화 운동 시기에는 노동조합이 개인 이익을 넘어 민주주의라는 공공의 가치를 위해 함께 싸웠습니다. 사회는 그 연대에 정당성을 부여했습니다. 헌법의 노동권 규정에는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공동의 이익을 대변할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노동운동에서는 ‘함께 연대하자’는 메시지보다 ‘이익을 나눠 받자’는 시장 논리만 보입니다. 그러면서도 개인에게는 집단주의를 강요하는 이중성이 계속되는 한, 노조가 잃는 것은 조합원뿐만 아니라 노동운동의 미래 자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