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4기 신설, 영광·울주 부지 확보

 

5000조 원에 육박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뒷받침하기 위해 원전과 댐에 대한 정부의 정책 기조가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기존 원전 부지에 원전 4기를 더 지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생산 혁명 시대에는 국가가 생각하는 스케일도 함께 커져야 한다”며 과감한 인프라 투자를 예고했다.

김 장관은 3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새로운 원전 부지를 찾지 않아도 현재 원전 부지 안에 원전을 더 지을 수도 있다”며 “전남 영광 한빛원자력본부와 울산 울주 새울원자력본부에 2기씩 더 지을 땅이 있다고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원전 4기 모두 APR-1400 노형으로 지을 경우 설비용량은 5.6GW(기가와트)에 달한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수요 6.3GW의 89% 가까이를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김 정책실장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 경제, 스케일이 달라졌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전력·용수 문제를 과감히 풀어나가겠다고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과거에 원전이나 댐 건설에 비판적이었지만 이제는 정책 기조가 바뀌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정책실장은 “발전소를 짓고 용수를 확보하는 일은 결국 모두 합의의 문제”라며 “순서는 바뀔 수 없다. 팹을 짓자, 그리고 전력과 용수를 풀자”고 밝혔다.

김우창 청와대 국가AI정책비서관 역시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탈탄소가 탈원전은 아니다”라며 “탈원전 기조라고 하는 것은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환 장관이 당장 공사에 착수할 수 있는 부지가 많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원전 건설에 걸리는 시간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통상 원전 건설에 13년 11개월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부지 적정성을 확인하고 주민 동의를 얻는 데만 4~5년 넘게 소요된다. 반면 순수 원전 건물을 짓는 데 필요한 시간은 7년 남짓이다.

부지가 있으면 원전을 10년 내 전력망에 연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 장관이 언급한 영광·울주군에 최근 원전 신설이 확정된 경북 영덕군까지 더하면 원전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부지는 8개분으로 늘어난다.

앞서 영덕군은 한수원 공모에 응할 때 총 324만 ㎡의 부지를 제시했다. 한수원이 요구한 최소 면적 104.1만 ㎡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번에 확정된 원전 2기를 준공하고도 4기를 더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새로운 전력수요를 반영한 원전 신설 계획은 이르면 9월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김 장관은 “반도체 공장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에 맞게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며 “어떤 전력을 얼마만큼 늘릴지는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기는데 저희가 대략 정기국회 전후로 (12차 전기본을) 확정해야 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정기국회는 매년 9월 첫 평일에 개원해 100일간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