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애플페이 추가 도입 ‘물거품’

국내에서 애플페이 서비스가 더 이상 쉽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애플페이를 제공하는 곳은 현대카드가 유일했는데, 과거 신한카드와 국민카드 등이 사업 참여를 적극 검토했지만 올해 안에 새 카드사가 새로 합류하는 일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 여러 카드사의 움직임

금융시장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올해 중 애플페이 출시 시점을 놓고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국민카드 역시 기술 준비 단계는 마무리했지만 실제 시작 시점을 두고 신중한 판단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안에 현대카드 외 다른 카드사가 애플페이를 내놓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때 차기 사업자로 언급되었던 토스뱅크 역시 올해 서비스 시작이 힘들 것으로 전해졌다.

▍ 도입을 가로막는 비용 문제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부담이다. 애플페이는 근거리무선통신, 이른바 NFC 방식 결제를 쓰는 가맹점 단말기가 충분히 깔려야 한다. 후발 카드사도 현대카드 수준으로 단말기를 보급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에 쏟아야 할 돈이 적지 않다. 여기에 컴퓨터 시스템 개발, 고객 홍보 비용까지 더해지면 투자 규모가 더 커진다.

수수료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현대카드는 결제 금액의 약 0.15퍼센트를 애플 측에 수수료로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모바일 간편결제인 삼성페이는 갤럭시 이용자 확대를 위해 카드사에서 별도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비용 부담이 상당히 큰 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큰 돈을 먼저 써도 그 비용을 되돌아받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젊은 고객 모으기나 브랜드 이미지 높이기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투자 대비 수익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 토스뱅크의 다른 선택

토스뱅크도 애플페이 출시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모회사 토스가 자체 간편결제인 토스페이 확장 사업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 현대카드가 누리는 이점

새로운 사업자 참여가 늦어질수록 기존에 서비스를 제공하던 현대카드의 이익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는 202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애플페인을 도입한 이후 지금까지 카드업계 유일 사업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외에서는 애플페인을 쓸 수 있는 곳이 국내보다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해외 결제 편의성이 현대카드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해외 신용카드 매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5월 기준 현대카드의 해외 개인 신용카드 누적 매출액은 1조 7000억 원이 넘었고,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9퍼센트 증가했다. 전업 카드사 가운데 해외 개인 신용카드 매출 점유율도 27.5퍼센트로 1위를 기록했다.

▍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일본에는 이미 208곳의 금융기관이 애플페이와 연결돼 있고, 중국은 148곳, 베트남 15곳, 말레이시아 7곳 등 한국보다 제휴 참여 기관이 더 많은 나라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국내 단말기 보급 상황과 수수료 구조를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비스 확대로 인한 수수료 부담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가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