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군부 쿠데타, 이미 끝난 이야기 육군사관학교 중심 군사 정변 시나리오, 실현 가능성 사실상 사라지다

 

쿠데타는 끝난 역사,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일어날 수 없는 이유
“뜻대로 안 되면 배신이고, 뜻을 이룬다면 혁명이라고 부르는 거 아닙니까.” 최근 화제작으로 다시 조명받은 우리 시대의 영화 속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연기한 한 배우가 남긴 유명한 대사입니다. 권력을 빼앗긴 자에게는 반역이지만 승리한 쪽에선 혁명으로 둔갑하는 것이 쿠데타의 본질이라는 점을 한 줄로 압축한 표현이었습니다.
실제 역사를 돌이켜보면 1990년대 중반, 문민정부 초기에 검찰은 “성공한 정변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펼치며 신군부 인사들에 대해 사실상 면책을 부여했으나 시민사회가 거세게 반발했고 결국 후퇴한 적이 있습니다. 반대로 같은 시기에 군부 출신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시도했다가 나라를 잃고 법정에 서게 된 사례도 우리 곁에 아직 생생합니다. 또 조선왕조 시절 왕을 끌어내렸던 반정들도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면 역모라는 죄명으로 기록되었을 뿐이었습니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은 3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군복 입은 사람이 정부 수반을 맡았습니다. 전쟁 이후 군 장교들이 사회에서 가장 빛나는 엘리트로 통했던 까닭입니다. 1961년 5월, 한 군인이 시민복을 입고 40대 초반의 나이에 권력 정상에 올라 18년 동안 나라를 운영했고, 그 뒤를 이어 또 다른 군인이 같은 방식으로 정점까지 올라갔습니다. 당시엔 “장래가 보장되려면 서울대보다 사관학교가 낫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진심 어린 조언처럼 받아들여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군인 출신 대통령 시대가 저물면서 대한민국은 시민이 대통령을 뽑는 시대로 접어들었고, 군 내부 비밀 조직의 해체와 과거사 청산을 통해 쿠데타 세력에 대한 역사적 심판이 이루어졌습니다. 일부 강경 인사들이 군부 동원에 나설 것을 주장한 적이 있긴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실현 불가능한 소란에 불과했습니다.
요즘 들어 오래된 낡은 단어가 다시 뉴스에 등장한 건 현직 대통령의 발언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각 군종의 사관학교를 하나로 합치자는 안건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정변 시도 사례를 보면 거의 다 육군 쪽에서 벌어진 일이 아닌가”라고 짚었고, 해당 기관 출신들에 대한 책임 조치가 이뤄진 적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과거 주요 군사 정변 두 건 모두 육군사관학교 동기생 집단이 중심이었다는 점에서 발은 취지를 갖고 있지만, 앞으로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함께 담겨 있어 논란이 됩니다.
야당 쪽의 반발도 거셌습니다. 야당 대표를 지낸 한 인사는 “정변을 일으킨 세력도 있었지만 목숨을 걸고 막아낸 세력도 같은 학교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성급한 통폐합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대통령 선거 후보를 지냈던 인물 역시 세 군종 사관학교가 한 캠퍼스에 모이게 되면 오히려 선후배 관계가 더 끈끈해져 정변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반박했고, 다른 당 대표들도 일제히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사실 정치권의 공방과는 별개로 대한민국에서 쿠데타는 이미 과거의 산물입니다. 2백여 년 전부터 제작된 월간지가 약 20년 전 특집 기사에서 당시 현역 사단장이었던 군 고위 장교의 인터뷰를 게재한 적이 있습니다. 이 장교는 ‘정변 불발의 다섯 가지 이유’를 제시했는데 핵심은 △휴대 통신의 발달로 기밀이 새어나갈 수밖에 없는 점 △수도권의 만성적인 교통 혼잡 △일반 시민들의 설득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 △군 조직 자체가 사회 다른 분야에 비해 뒤처진 점을 꼽았습니다. 그리고 “이 분명한 사실들을 군이 누가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결론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습니다. 당시의 휴대 전화는 지금의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단순한 통화 기기에 불과합니다. 지금은 누구나 초고속 통신이 가능하고 촬영과 녹화, 즉각적인 확산까지 자유롭습니다. 더 중요한 건 시민 의식의 변화입니다. 과거엔 군의 결정에 묵묵히 따랐던 국민이 지금은 어떤 형태로든 군의 일탈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만에 하나 동원된 병력이 시민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요즘 전국이 쏟아지는 폭염과 부동산·금융 시장의 불안으로 한창 힘든 시기에 오래된 군사 이야기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는 점 자체가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집니다. 시민들이 진정으로 관심을 두는 현안은 따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