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스테이블코인 제도, 다시 설계한다


빗썸에서 큰 규모의 비트코인 오지급 문제가 발생한 뒤, 스테이블코인 제도를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논의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겉으로는 단순한 전산 실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시스템 안정성내부통제 수준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지금 디지털자산기본법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다만 세부 기준에서는 여전히 의견 차이가 남아 있다. 특히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두 가지다. 하나는 스테이블코인을 누가 중심이 되어 발행할 것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가상자산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이다.

먼저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를 보면, 한국은행 쪽에서는 은행이 중심이 되는 방식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와 송금에 직접 쓰일 수 있는 만큼, 금융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상대적으로 통제 체계가 잘 갖춰진 은행이 주도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핀테크나 간편결제 기업 같은 비은행 사업자까지 길을 열어줘야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번 사고 이후 분위기는 조금 달라졌다. 실제 피해가 최종적으로 얼마나 확정될지와는 별개로, 시스템 안에서 매우 큰 금액이 잘못 반영됐다는 사실 자체가 적지 않은 충격을 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나온 뒤 비슷한 문제가 생기면 영향이 지금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이유로 은행 중심 구조가 더 안전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다른 핵심은 거래소 지배구조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가상자산거래소가 제도권 안에서 정식으로 운영되려면, 지금보다 더 엄격한 지배구조 기준을 갖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대주주 지분율 상한을 두는 방안이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대략 15퍼센트에서 20퍼센트 수준이 검토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기준이 실제로 적용되면 주요 거래소들의 지분 구조는 크게 바뀔 수 있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일부 정리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그 과정에서 경영권 영향력도 달라질 수 있다. 외부 자본이 들어오면서 지배력이 분산될 가능성도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변화가 기업 간 합병이나 전략적 협력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반론도 있다. 거래소에 은행 수준의 규제를 한꺼번에 적용하면 산업 성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 시장에 들어오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지고, 기존 사업자도 사업 확장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금융 안정산업 육성 사이에서 어느 지점을 선택하느냐는 점이다.

정리하면, 이번 사고는 단순한 개별 거래소 문제를 넘어 스테이블코인 제도 설계의 기준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비은행 사업자의 참여가 완전히 막히는 방향으로 가기는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는 시장에 들어오기 위해 갖춰야 할 통제 기준과 규제 수준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향후 제도 논의에서는 누가 발행을 맡을지, 어떤 수준의 통제를 요구할지, 거래소 지분을 어디까지 허용할지가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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