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상세 방안 공개를 앞두고 금융업계 긴장
올해 7월 정부가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퇴직연금을 기금 형태로 운영하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서 자산을 운용하는 회사들 사이에서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핵심 쟁점은 수탁기관의 활동 범위입니다. 수탁기관이 기존처럼 운용사를 선택하고 감시하는 역할만 할지, 아니면 직접 자산을 운용하고 영업까지 할 수 있을지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운영 중인 특별팀에서는 수탁기관 형태를 연합형, 공공기관 개방형, 금융기관 개방형 세 가지로 나누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금형 퇴직연금이란?
현재 회사별, 개인별로 흩어져 있는 퇴직연금을 하나의 큰 기금으로 모아서 전문가가 운용하는 방식입니다. 가입자를 대신해 기금을 관리하는 수탁기관이 자산운용 회사를 고르고 성과를 평가·감독하는 구조입니다.
정부는 현재 500조 원이 넘는 퇴직연금 자산을 더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장기적인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하려 합니다.
이해충돌 우려 제기
업계에서는 수탁기관이 직접 운용까지 맡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수탁기관의 본래 역할은 가입자를 대신해 운용사를 감시하고 평가하는 것인데, 직접 운용까지 하게 되면 심판이 선수 역할까지 하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특정 금융회사가 만든 수탁기관이 자기 계열사 상품을 직접 운용하거나 평가하게 되면 객관성과 독립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수탁기관은 가입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독립적인 기관이어야 하는데, 직접 운용까지 맡으면 감독자와 선수 역할이 한 곳에 집중된다”며 “자기 스스로를 감독하는 모순된 구조가 되면 근로자의 선택권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비용 부담과 시장 집중 우려
수탁기관이 직접 운용과 영업을 하려면 전문 인력과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이 비용이 결국 가입자에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특히 별도의 운용 조직과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상당한 초기 투자가 필요해 자본력이 큰 대형 금융기관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 과정에서 중소형 운용사의 참여 기회가 제한되고, 기금 간 경쟁을 통한 비용 절감과 서비스 개선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해외 사례는 감독과 운용 분리
영국의 마스터트러스트는 수탁기관이 가입자를 대표해 의사결정을 하되, 실제 자산 운용과 행정 업무는 외부 전문 기관에 맡기는 구조입니다. 상업적 영업 활동 대신 가입자 보호와 감독 기능에 집중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호주의 퇴직연금 제도 역시 일부 초대형 기금을 제외하면 외부 운용사 선정과 관리에 집중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수탁기관은 개별 근로자를 대표해 금융회사의 서비스 수준, 운용 방식, 수수료 등에 대해 독립적인 입장에서 협상해야 한다”며 “중립성을 확보하려면 감독 기능과 영리 목적의 집행 기능을 명확히 나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