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태문 CEO 직속 ‘RX실’ 출범 ‘로봇’ 으로 차세대 반도체 신화를 잇는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핵심 성장 동력인 로봇 사업을 대표이사 직속 체제로 전면 개편하고 본격적인 상용화에 나선다.

전사 역량을 결집해 제조 현장 투입부터 범용 휴머노이드 개발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로드맵이 가동된다.

삼성전자(005930) 는 로봇을 미래 성장 동력의 핵심 축으로 육성하고 차세대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 부문 대표이사 직속으로 로보틱스 경험(RX·Robotics eXperience) 사업추진실을 21일 신설한다고 이날 밝혔다.

사내에 산재해 있던 로봇 하드웨어(기구 설계)와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제어), 상품 기획 기능을 한데 모은 전사 컨트롤타워다.

조직 명칭 역시 로봇(기계) 자체보다 인간의 일상을 바꿀 경험에 집중하겠다는 삼성의 철학을 담아 ‘RX’로 명명했다.

부서 장벽 깬 CEO 직속 편제… 380조 로봇 패권 정조준 RX사업추진실이 스마트폰(MX)이나 가전(DA) 같은 정규 사업부가 아닌 ‘CEO 직속 체제’로 출범한 배경에는 속도와 융합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로봇 산업의 핵심 트렌드는 단순 하드웨어 제조를 넘어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하는 ‘피지컬 AI’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 사업부 체제의 부서 간 장벽을 허물고 최고경영진의 과감한 투자와 빠른 의사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파격적인 편제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올해 597억 달러(약 88조 원)에서 2035년 2575억 달러(약 380조 원)로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10~20년 뒤 현존하는 모든 산업 중 가장 큰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삼성이 파편화된 역량을 하나로 모아 본격적인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다.

영남권 60조 투자 연계…거대 공장이 ‘로봇 훈련장’ 삼성의 로봇 사업화 로드맵은 ‘선(先) 산업 현장(B2B), 후(後) 소비자(B2C)’를 향하는 단계적 확장 전략이다. 이는 이달 3일 발표된 약 60조 원 규모의 글로벌 피지컬 AI 혁신 클러스터 영남권 조성 계획과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는 서울 우면동 연구개발(R&D) 캠퍼스를 거점으로 삼고 구미사업장에는 ‘로봇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한다. 2030년까지 글로벌 생산 거점들을 ‘AI 자율공장’으로 전환한다는 목표 아래 제조 라인에 오퍼레이팅봇·조립봇 등 휴머노이드를 선제 투입하는 전초기지가 되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 자재 이송과 조립 등을 수행하며 쌓인 막대한 실전 데이터를 학습시켜 로봇의 정밀도와 범용성을 끌어올린 뒤 향후 범용 B2C 로봇으로 시장을 넓혀간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뿐 아니라 삼성SDI(휴머노이드용 전고체 배터리), 삼성전기(AI 서버용 기판), 삼성중공업(자율형 조선소) 등 완전히 다른 제조 환경을 가진 그룹 계열사들의 인프라를 ‘거대한 로봇 학습 무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강력한 무기다.

해외 기술력 확보를 위해 미국·중국·일본 거점과도 적극 연계한다.

‘현대차 로봇 두뇌’부터 최고 석학까지 드림팀 출격 조직의 위상에 맞춰 인재 진용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꾸렸다. 현대차그룹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사업 전략을 주도했던 이동건 삼성전자 기획팀 부사장이 로보틱스전략팀장을 맡아 사업 밑그림을 그린다.

이 부사장은 자회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물리적 통폐합 없이 독자 로드맵을 유지하며 거시적 관점에서 ‘투트랙’ 시너지를 창출하는 임무도 맡는다. 기술적 난제를 돌파할 세계적 구루(Guru)들도 합류했다.

지능형 자율 제어 분야의 권위자인 김현진 서울대 교수와 고성능 로봇 손 분야의 선구자인 김의겸 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다.

특히 휴머노이드 부품 원가의 최대 31%를 차지하는 정밀 로봇 손(덱스터러스 핸드·Dexterous Hand)은 상용화의 가장 큰 장벽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김의겸 교수가 이끄는 랩을 통해 물체를 쥐고 공구를 다루는 수준의 정밀 조작 기술을 내재화해 원가 경쟁력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표이사 직속의 통합 조직과 영남권 60조 원 투자를 기반으로 한 막강한 인프라 그리고 S급 인재까지 3대 축이 완성됐다”며 “조만간 삼성전자가 글로벌 로봇 시장 판도를 바꿀 대규모 인수합병(M&A)과 유망 스타트업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