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인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뉴스는 접하셨을 겁니다. 최근 반도체 주가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가운데 컴퓨팅 자원을 임대해 쏠쏠한 수익을 내는 기업이 바로 스페이스X입니다.
메타도 비슷한 사업을 검토할 정도로 스페이스X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한 듯 합니다. 스페이스X가 조성한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소재 거대 AI 데이터센터 ‘콜로서스’는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쌓아올린 하나의 도시를 방불케 합니다.
초반에는 수십만 대의 엔비디아 GPU를 쓸어 담으며 막대한 자본지출을 쏟아붓는 바람에 시장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180도 뒤집히고 있습니다. 글로벌 빅테크와 주요 AI 스타트업들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겸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세운 GPU 도시로 밀려들어오며 연간 수십조 원에 달하는 연산 임대료를 지불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스페이스X는 지난달 미국 AI 스타트업 리플렉션(Reflection)과 대규모 컴퓨팅 자원 임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기존의 앤트로픽(Anthropic)과 구글(Google)에 이은 세 번째 계약입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월 12억5000만 달러 (약 1조 7000억 원), 구글은 월 9억 2000만 달러씩 내기로 했습니다. 리플렉션은 월 1억 5000만 달러 규모입니다. 이들 3사의 월 임대료를 모두 합산하면 매달 23억 2000만 달러(약 3조 2000억 원)에 달합니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278억 4000만 달러(약 38조 4000억 원)라는 막대한 수치가 나옵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스페이스X의 2025년 연간 총매출은 186억 7000만 달러였습니다. 팰컨 로켓을 쏘아 올리고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해 거둔 전체 1년 매출보다 유휴 GPU 컴퓨팅 파워를 남에게 빌려주어 버는 돈이 약 1.5배나 더 큰 셈입니다. 매출 인식 시점도 빠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앤스로픽과 구글 계약은 램프업(정상 가동 준비) 기간을 거쳐 각각 7월과 10월부터 매출이 정상 인식된다고 합니다. 이번 리플렉션 계약은 올해 7월부터 월 1억 5000만 달러 전체가 즉시 매출로 반영됩니다. 이에 따라 스페이스X는 2026년 한 해에만 컴퓨팅 임대 사업에서 최소 111억 6000만 달러 이상의 실질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물론 스페이스X의 가파른 자본지출 부담에 대한 시장의 지적도 있습니다. 스페이스X의 CapEx는 2023년 44억 달러에서 2025년 207억 달러로 5배 가까이 폭증했고 2026년 1분기 단 한 분기에만 101억 달러가 집행됐습니다.
증권가와 전문가들은 이번 임대 계약의 지속 가능성과 계약 구조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우선 계약 기간이 최대 2029년까지로 매출 가시성이 최대 3.5년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처럼 영구적이고 안정적으로 반복되는 구독형 매출(ARR)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더구나 ‘90일 사전 통지 해지 조항(90-day termination clause)’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고객사가 90일 전에 통보만 하면 아무런 제약 없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는 거죠. 구글이나 앤트로픽이 자체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을 완료하거나 더 저렴한 대체 서버를 확보할 경우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지상에 세운 ‘GPU 도시’ 콜로서스에서 창출하는 임대 수익은 머스크가 우주에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스타쉽을 쏘아 올리기 위한 강력한 자금줄이 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사업 전략은 메타에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컴퓨트(연산 자원) 일부를 외부에 임대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저커버그는 “(메타의) 컴퓨트 사용을 사용하겠다며 제안하는 대가가 매우 높기 때문에 어떤 측면에선 우리가 사용하는 대신 임대하거나 그런 거래를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클라우드 사업의 잠재력이 “언제든 우리가 원하고자 한다면 분명히 존재한다”고 했다고 합니다. 급변하는 AI 시장에서 메타와 스페이스X의 행보가 주목을 받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