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종부세 ‘시장가액 전환’ 본격 추진…’똘똘한 한 채’ 시대 종료 신호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 기준을 현행 ‘보유 주택 수’에서 ‘주택 가격 합산 규모’ 중심으로 바꾸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적용되는 중과세율 체계는 폐지하거나 기본세율에 통합하는 대신 다주택과 비거주·투기 목적 보유에 대해서는 공제를 줄이거나 세액을 가산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 30억~40억 원 이상 초고가 1주택자의 세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가 2022년 이후 4년 만에 종부세 체계를 사실상 전면 재편하는 것으로,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을 완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4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26년 세제 개편 주요 방향을 보고했다.

현재 종부세는 주택 수에 따라 세율을 달리 적용한다.

2주택 이하 보유자는 과세표준에 따라 0.5~2.7% 세율이 적용되고, 3주택 이상 보유자는 최고 5%의 중과세율 대상이다. 하지만 같은 금액의 주택을 보유하더라도 주택 개수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지는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 30억 원짜리 주택 한 채를 가진 사람보다 10억 원짜리 주택 세 채를 가진 사람이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구조다.

정부는 이 같은 구조가 고가 주택 한 채를 선호하는 시장 흐름을 키웠다고 보고 있다.

주택 총가액보다 보유 개수를 기준으로 세 부담을 판단하면서 다주택자는 주택을 처분하고 고가 1주택으로 갈아타려는 유인이 생겼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주택 수와 관계없이 개인별 보유 주택 합산가액에 동일한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종부세 체계를 기본공제 이하 비과세 구간, 일반 과세 구간, 초고가 구간 등으로 나눠 가격이 높은 주택일수록 부담을 키우는 방식이다.

다만 주택 수 기준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3주택 이상이라는 이유만으로 별도 중과세율을 부과하는 방식은 줄이는 대신 실제 거주 여부와 주택 소재지, 보유 목적 등과 함께 세액 산정 과정에 반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는 이 대통령이 언급한 보유세 ‘차등 과세’ 방향과도 연결된다. 실거주 목적의 주택과 투자 목적의 주택을 구분해 세 부담을 달리하겠다는 취지다. 공시가 30억~40억 ‘초고가 구간’ 신설 검토 정부 개편안의 핵심은 초고가 주택에 대한 별도 관리다. 현재는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일정 금액까지 기본공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고가 주택도 동일한 틀 안에서 과세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공시가격 30억~40억 원 수준을 초고가 주택 기준으로 설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율 약 69%를 적용하면 시가 기준으로는 약 40억~50억 원대 주택에 해당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국무회의에서 초고가 주택은 실제 거주 목적이라도 보유세 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부는 초고가 구간의 과세표준을 별도로 세분화하거나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행 제도가 초고가 1주택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과세표준 30억 원 초과~50억 원 이하 구간에서 3주택 이상 보유자의 1인당 종부세 부담은 6666만 원으로, 1주택자(2472만 원)보다 4000만 원 이상 많았다.

주택 가격이 아니라 보유 개수가 세 부담을 좌우하면서 고가 주택 시장으로 수요가 이동했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1주택 기본공제 12억 원 상향 가능성 정부는 일반적인 실거주 1주택자의 부담을 급격히 늘리지 않기 위해 기본공제 조정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종부세는 개인별 주택 공시가격 합산액에서 1세대 1주택자는 12억 원, 다주택자는 9억 원을 뺀 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적용해 과세표준을 계산한다.

정부는 최근 집값 상승과 물가 변화를 고려해 1주택자 기본공제 기준을 현행 12억 원보다 높이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일반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은 유지하면서 초고가 주택에 대한 과세 강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새로운 체계에서는 기본공제 이하 주택은 비과세 영역으로 두고, 중간 가격대 주택에는 일반 세율을 적용한 뒤 초고가 주택에는 추가 부담을 부과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장기보유 공제도 ‘거주 여부’ 중심 개편 전망 세액공제 제도 역시 실거주 중심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1세대 1주택자가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하거나 고령자인 경우 실제 거주하지 않아도 장기보유·고령자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두 공제를 합하면 종부세의 최대 80%까지 감면된다. 정부는 앞으로 실거주 주택과 지방 주택, 서민·중산층 주택에는 혜택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대신 비거주 초고가 주택이나 투자 목적 보유 주택은 공제 적용을 제한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다

만 직장 이동, 해외 근무, 자녀 교육, 부모 부양 등 불가피한 사유로 거주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할 방침이다.

‘투기 목적’ 판단 기준 마련이 최대 과제 개편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은 ‘투자·투기 목적’을 어떻게 구분할지다. 실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투기 목적이라고 판단하기 어렵고, 임대주택 역시 생계형 임대와 투자 목적 임대를 명확히 구분하기 쉽지 않다. 초고가·다주택·비거주 등 여러 가산 요소를 동시에 적용할 경우 일부 보유자의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실거주 여부 등을 세법상 객관적인 과세 기준으로 설계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보유세 강화 방향은 명확하지만 구체적인 기준 마련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27일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통해 추가 의견을 수렴한 뒤 내달 발표 예정인 세법개정안에 최종 개편안을 담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