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은 한국의 나라 살림이 아직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빚이 늘어나는 속도는 빠르다고 진단했다.
지금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 대비 54%대 수준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몇 년 안에 계속 올라 2029년에는 60%를 넘고, 2031년에는 63%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여기서 말하는 일반정부 부채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비영리 공공기관의 빚까지 함께 보는 넓은 개념이다. 그래서 보통 말하는 국가채무보다 범위가 더 크다.
다만 이번 전망은 지난해 가을에 나왔던 예상보다는 조금 나아졌다. 정부는 예산을 성과 중심으로 다시 짜고, 비효율적인 지출을 손보려 한 점이 일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경제 규모가 커지는 속도가 전보다 높아진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경고도 함께 나왔다.
국제통화기금은 한국이 그동안 재정을 비교적 탄탄하게 관리해 왔지만, 쓸 수 있는 여유는 예전보다 줄었다고 봤다. 특히 고령화로 복지 지출이 늘고, 경제가 예전만큼 빠르게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면서 빚 비율이 더 빨리 오를 수 있다고 짚었다.
또 인공지능 관련 위험도 한국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만약 관련 불안이 금융시장에 현실로 나타나면, 시장 분위기가 갑자기 조여지면서 정부가 돈을 빌릴 때 내야 하는 이자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반복적으로 나가던 예산과 꼭 필요한지 다시 따져봐야 할 경직성 지출을 손질해 재원을 만들고, 그 돈을 인공지능 전환 같은 미래 산업에 집중적으로 넣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성장 여력을 키워 장기적으로 재정의 지속 가능성도 높이겠다는 뜻이다.
세계 상황도 녹록지 않다.
국제통화기금은 중동 지역 충돌의 여파, 높은 차입 비용 같은 문제 때문에 세계 재정 환경이 구조적으로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 세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계속 올라 2025년 93.9%, 2026년 95.3%, 2027년 97.3%, 2028년 98.8%, 그리고 2029년에는 100.1%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요 위험 요인으로는 전쟁에 따른 재정 지출 확대 압박, 보호무역 확산으로 인한 비효율, 국채시장 구조 변화, 인공지능 관련 금융 불안, 인구구조 변화가 꼽혔다. 특히 단기 국채 비중이 커진 나라들은 금리 상승의 충격을 더 빨리 받을 수 있고, 인공지능의 생산성 효과가 기대보다 약하면 투자 위축과 자금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과 관련해서는 어려움을 크게 겪는 계층에 한시적으로 지원하되, 동시에 중장기 재정 계획을 세우고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며, 성장에 도움이 되는 공공투자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