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버틸수록 더 옥죄는 담보 대출 차입 구조의 아이러니

롯데케미칼은 좋은 자산을 담보로 잡히는 방식으로 급한 돈을 마련하고 있다. 당장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이런 방식이 반복되면 앞으로 쓸 수 있는 재무 수단이 점점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회사는 이번에 보증이 붙은 채권을 갚기 위해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세운 3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추진했다. 여러 시중은행이 지급보증에 참여하면서 신용등급은 최고 수준으로 맞췄고, 수요가 충분하면 발행 규모를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우량 자산 담보와 은행 보증까지 함께 쓰는 배경에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수익성이 오래 약해진 현실이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영업적자가 이어졌고, 실제로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도 투자에 들어간 돈을 감당하지 못했다. 쉽게 말해, 벌어들이는 돈보다 공장 투자와 유지에 쓰는 돈이 더 많은 흐름이 계속된 것이다.

문제는 핵심 자산이 담보로 묶여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응할 카드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나중에 다시 돈을 빌려야 할 때 내세울 수 있는 담보가 부족해질 수 있고, 갑자기 자금이 더 필요해져도 빠르게 움직이기 어려워질 수 있다.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 보증이 붙은 채권은 안정성을 높이는 대신 별도의 수수료가 든다. 이미 회사는 이자비용 부담이 큰 편인데, 여기에 보증 수수료까지 더해지면 자금 사정은 더 무거워질 수 있다.

차입 구조도 점점 단기 중심으로 기울고 있다. 전체 빚 가운데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짧은 주기로 돈을 다시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금리 변화나 차환 실패 위험에도 더 민감해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제 임시방편을 넘어선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업황 회복이 늦어질 경우에는 핵심이 아닌 자산이나 보유 지분을 정리해 큰 규모의 현금을 확보하고, 전체 차입금 자체를 줄이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롯데케미칼도 이런 요구를 의식해 투자 규모를 크게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 투자 지출을 과거보다 많이 낮추고, 신규 사업에 들어가는 자금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결국 중요한 것은 스스로 현금을 만들어내는 힘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본다. 업황 개선이 늦어지면 담보 여력이 남아 있더라도 재무 부담은 계속될 수 있어서, 시장 상황을 보며 유연하고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평가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