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산업이라고 해서 세상에 일어날 모든 일을 돈 걸기 대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윤리 문제가 걸리는 분야는 제한이 크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는 테러, 암살, 전쟁, 도박, 불법 행위처럼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사건은 예측 시장에서 다루지 못하도록 정해 두고 있다. 어떤 계약을 올릴 수 있고 없는지를 가르는 기준도 여기에 있다.
비슷한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미국 국방 관련 연구기관이 북한과 중동 여러 나라의 정치 불안 가능성을 주제로 선물 시장을 만들려 했는데, 예시 항목에 ‘팔레스타인 지도자 암살’, ‘북한 미사일 공격’ 같은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자 곧바로 계획이 접혔다. 누군가 실제 사건을 일으켜 돈을 벌려고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이런 규제를 피하려는 시도도 나온다. 예를 들어 어떤 플랫폼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 가능성을 직접 말하지 않고, ‘미국이 언제 공격할 것인가’처럼 표현을 바꿔 계약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산불처럼 사람의 고의 행동이 이익과 연결될 수 있는 주제는 더 민감하다. 한 예측 플랫폼은 산불 관련 거래를 막고 있는데, 이유는 단순하다. 시장만 열리면 누군가 불을 내고 돈을 챙기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측이 어려운 분야도 많다. 지진, 감염병 대유행, 사이버 공격 같은 일은 참여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갖기 어렵고, 사건이 어떤 식으로 벌어질지도 제각각이다. 지진은 현재 과학으로 정확한 시점을 알아내기 어렵고, 사이버 공격은 공격 방식이 계속 바뀌어 피해 규모를 미리 가늠하기 힘들다. 감염병 확산이나 국제 분쟁도 과거 사례가 있다고 해서 미래 확률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이런 분야의 숫자는 계산보다는 추정에 가까워지고, 시장 가격도 쉽게 흔들릴 수 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예측 시장의 힘도 약해진다. 몇 달 뒤, 몇 년 뒤 일을 맞히는 계약은 참여 자금이 빠르게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재난 관련 채권의 만기가 평균 3년 정도에 머무는 것도 이런 이유와 연결된다. 특히 기후변화처럼 위험의 모습 자체가 계속 달라지는 문제는 아주 긴 기간을 전제로 한 상품 설계가 더 어렵다.
한국에서는 법 문제도 크다. 예측 시장은 재산을 걸고 우연한 결과에 따라 이익이 갈리는 구조라서, 국내 형법상 도박죄와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암호화폐를 활용한 해외 플랫폼 거래는 단속이 쉽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내에서 이 산업을 제도권으로 키우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정리하면, 예측 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있어 보여도 모든 불확실성을 상품으로 만들 수는 없다. 윤리 문제, 정보 부족, 긴 예측 기간의 한계, 그리고 법률 규제까지 겹치면 시장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