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예능 ‘운명전쟁49’가 순직한 소방관과 경찰관의 사연을 방송에 다룬 방식 때문에 다시 고개를 숙였다. 나라와 시민을 지키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예능 소재처럼 사용했다는 비판이 커졌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2월 24일 공식 입장을 내고, 방송에 나온 고인들을 추모하며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와 존경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또 출연자가 고인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점사를 하던 중 부적절한 말과 표현이 나온 점에 대해, 유가족과 동료들, 그리고 이 일로 불편함을 느낀 많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전했다.
이어 제작진은 유가족의 말을 듣고 있으며, 미리 더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점을 사과하고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방송 제작 전 과정을 더 꼼꼼히 살피고, 내부 검토와 제작 절차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론은 차갑다. 이미 한 차례 사과가 나온 뒤에도 논란이 계속됐고, 유족과 여러 공무원 단체가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언급한 뒤에 다시 사과문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사과가 늦었고, 진심이 충분히 느껴지지 않는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문제가 커진 계기는 방송에서 2001년 홍제동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김철홍 소방교의 사진과 개인 정보를 제시한 뒤, 출연진이 사망 이유를 맞히는 형식의 장면이 나온 것이었다. 이 과정이 고인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처음 사과문에서 제작진은 여러 삶과 죽음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취지에 따라, 의미 있고 숭고한 사연을 다시 돌아보게 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족 측 반응은 매우 달랐다. 고인의 조카라고 밝힌 이는 제작진이 전화로 무당이 출연한다는 점과 경쟁 형식의 프로그램이라는 점은 말했지만, 죽음을 맞히는 방식으로 자극적인 표현이 쓰일 줄은 몰랐다며 강한 분노를 나타냈다.
고인의 여동생이라고 밝힌 다른 글쓴이도 비판에 나섰다. 그는 위험을 알면서도 망설임 없이 불길 속으로 들어가 다른 사람을 살리려 했던 소방관의 죽음을 두고, 방송에서 자극적인 말을 사용한 것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기억하려 했다는 제작진의 설명도 방송에서는 느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유족들은 해당 방송이 내려가지 않으면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소방노조 역시 소방공무원의 순직은 단순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 있게 예우해야 할 공적 희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죽음을 점술처럼 추리하고 경쟁 요소로 사용한 연출은, 의도와 상관없이 고인의 명예와 존엄을 해칠 수 있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4년 범인 검거 중 흉기에 찔려 순직한 이재현 경장도 같은 방송의 ‘사인 맞히기’ 형식에 등장해 문제가 됐다. 방송 중 한 무속인이 저속한 표현을 사용했고, 진행자도 그 말을 그대로 반복하면서 고인에 대한 예의가 없다는 비판이 커졌다.
전국경찰직장협회는 범인 검거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공무원의 희생을 낮춰 부르고, 이를 흥밋거리처럼 다룬 출연진과 제작진의 태도에 깊은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또한 방송사의 공개 사과, 유가족과 전국 경찰공무원에 대한 공식 사죄, 문제가 된 방송분의 즉각 삭제를 요구했다.
진행자 전현무 측도 2월 23일 사과문을 내고, 출연자의 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으며 그 말이 적절한지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해명 뒤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금 관심은 하나로 모인다. 유족과 관련 단체들이 삭제를 요구한 문제의 방송 장면에 대해, 제작진이 실제로 어떤 조치를 내놓을지 지켜보는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