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산 원유를 가득 실은 한국 초대형 유조선이 홍해 항로를 지나 안전하게 한국으로 이동 중이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뒤 한국 선박이 이 경로를 통해 원유를 실어 온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운송은 기존 방식과 조금 다르다. 걸프만 쪽 원유를 사우디아라비아의 육상 파이프라인으로 내륙을 지나 홍해 쪽 항구까지 옮긴 뒤, 그곳에서 한국 유조선에 실어 보냈다. 즉, 막힌 바닷길을 피하고 새로운 우회 길을 찾아낸 것이다.
정부에 따르면 이 선박은 사우디 얀부항에서 출발했으며, 홍해와 인도양을 잇는 바브엘만데브해협도 무사히 지난 상태다. 보안과 안전 문제 때문에 선박 이름과 정확한 출항·입항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유조선은 초대형 원유운반선으로, 한 번에 매우 많은 양의 원유를 실을 수 있다. 국내에 도착하면 원유 수급 불안을 줄이고 정유업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홍해 항로는 위험 부담이 컸다. 특히 바브엘만데브해협은 예멘 후티 반군이 활동하는 지역과 가까워 선박이 공격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 때문에 정부도 한동안 이 구간 운항에 신중할 것을 권고했고, 실제로 한국 유조선을 이용한 원유 운송은 거의 멈춘 상태였다.
이후 사우디 측이 공급해야 하는 물량은 주로 한국 선박이 아닌 다른 선박에 실려 들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국 선박이 직접 홍해 항로를 통과하면서, 막혀 있던 운송 흐름에 다시 물꼬가 트이게 됐다.
정부는 여러 부처가 함께 대응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위험 지역을 피하면서도 필요한 원유를 안정적으로 들여올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운송은 단순한 한 번의 항해를 넘어 에너지 공급망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성과로 받아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