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인력 부족, 한계 상황에 도달
검찰 조직 내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일선 지청의 책임자까지 직접 미해결 사건 처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결재와 지휘 업무를 담당하는 간부급 인사들이 현장 사건을 직접 맡는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위급하다는 뜻이다.
대전 천안 지청, 책임자까지 사건 처리 투입
대전지방검찰청 산하 천안지청에서는 이정배 지청장이 직접 미해결 사건을 맡아 처리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청장이 직접 사건을 맡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현장의 인력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올해 3월, 천안지청의 안미현 부부장검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사 담당 검사 한 명당 미해결 사건이 500건을 넘었다”며 인력난에 따른 수사 지연 문제를 공개적으로 호소했다. 당시 그는 이 지청을 ‘파산지청’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로 천안지청 형사3부의 저연차 검사 한 명은 올해 1분기에만 840건의 사건을 배정받아 640건을 처리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하루에 수십 건을 처리한 셈인데, 법조계에서는 “이 정도 사건 수라면 제대로 된 기록 검토와 신중한 수사 판단이 어렵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1년 새 급격히 악화된 인력 상황
천안지청의 인력 공백은 지난 1년 사이 급격히 심화됐다. 지난해까지는 정원 35명 중 실제 근무 인원이 27명 수준이었으나, 특별검사 파견과 휴직 등으로 10명이 빠지면서 실근무 인원이 17명으로 줄었다.
이후 3월에 신입검사 2명이 그만두고 1명이 휴직하면서 근무 인원은 14명까지 감소했다. 법무부와 검찰이 긴급 대응으로 검사 3명을 추가 파견했지만, 사건 적체가 워낙 심각해 간부급까지 직접 사건 처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청장이 검찰 내부에서 공유되는 미해결 사건 처리 실적 상위권 명단에 이름을 올릴 정도”라며 “이는 현장 상황이 한계에 몰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국적인 인력난, 더 악화될 전망
인력 공백은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10개 차급 지청의 실제 근무 검사 수는 파견과 휴직자를 제외하면 정원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분기 휴직한 검사는 57명으로, 지난해 전체 휴직자의 43%에 해당하는 규모다.
일부 지청에서는 부장급 검사들도 직접 사건을 맡아 처리하고 있으며, 앞으로 인력 이탈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검사 출신 경력법관 지원자는 70~8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7명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이며, 지난해 48명보다도 크게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특별검사법이 통과될 경우 최대 30명의 검사가 추가로 차출될 수 있어, 인력난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사건 처리 지연, 결국 국민 피해로
검찰의 사건 처리 지연은 결국 국민 피해로 이어진다. 법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법원에 기소된 형사사건은 3만 95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만 7000건보다 16% 감소했다.
형사사건은 처리가 늦어질수록 증거 확보와 진술 신뢰성 유지가 어려워지며, 피해자 보호와 권리 구제에도 차질이 생긴다.
한 검찰 간부는 “중견급 검사들이 계속 빠져나가면서 업무가 신입이나 저연차 검사들에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과도한 업무 부담 때문에 신입 검사들이 다시 그만두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