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업 사각지대’…VC 구주 쓸어 담는 민법상조합

 

최근 투자업계에서 민법에 기반한 투자조합을 통해 상장 예정 기업의 기존 주식을 사들이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코스닥 시장의 상장 관련 세부 규정에서 허점을 활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민법상 투자조합으로 주식을 매입하면 상장 이후 일정 기간 주식 매도를 제한하는 의무보호예수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투자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한 벤처투자사는 곧 상장할 벤처기업의 보유 지분 일부를 민법상 투자조합에 최근 매각했습니다. 상장 후 주가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 투자금을 미리 회수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매수 희망자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며, 여러 민법상 조합들이 경쟁적으로 거래를 원했습니다.

현재 코스닥 상장 규정을 살펴보면, 벤처투자회사나 신기술 금융회사 같은 벤처 전문 금융기관과 전문투자자는 상장 예비심사 신청일 기준 최근 2년 안에 취득한 주식에 대해 최소한 한 달간 매도 제한을 설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민법상 조합은 주식을 언제 취득했는지와 관계없이 이러한 매도 제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코스닥 상장규정 시행세칙 제2조 제3항에서 집합투자기구를 전문투자자로 분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같은 논리로 자산운용회사가 펀드를 통해 벤처기업의 기존 주식을 인수할 때도 매도 제한 의무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여의도 상장 전 지분투자 시장에서는 매도 제한 의무를 피하기 위해 민법상 조합을 활용하는 사례가 일반화되었다”며 “최근에는 기관 출자자들을 대상으로도 민법상 조합 투자 제안이 돌면서 빠르게 자금이 모이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렇다고 민법상 조합에 매도 제한을 강제할 명분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계모임 성격의 투자 모임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당국이 매도 제한을 강하게 요구하면 상장 전 주식을 현물로 나눠 조합원들에게 직접 분배하면 그만입니다. 상장 후 주식 매도 여부를 개인의 선택으로 돌리는 방식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의 단점을 꼽자면 벤처투자 소득공제 혜택이 없고, 운용사의 공식 투자 실적으로 기록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상장 직후 주가 변동성이 가장 큰 시점에 즉시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이를 충분히 상쇄한다는 평가입니다.

촘촘한 규제 속에 있는 벤처투자사 입장에서는 불공평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초기 단계부터 오래 보유한 지분에 대해서도 상장 시 1개월에서 6개월의 매도 제한을 설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는 복잡한 규제와 보고 의무만 가득한 벤처투자조합을 굳이 힘들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자조 섞인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벤처투자사 관계자는 “시행세칙상 민법상 조합과 함께 전문투자자 요건에서 제외된 자산운용사 역시 이러한 규제 허점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며 “공정성 측면에서라도 현행 규정을 일부 수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