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장 짓지 말아라” 서울청사마저 난관…중수청, ‘개문발차’ 출범 우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 준비 작업이 곳곳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개청까지 석 달밖에 남지 않았지만 서울청사 임대계약조차 마무리되지 않았고 수사 전산망 구축과 인력 확보 등 핵심 과제가 산적해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중수청이 충분한 조직 기반을 갖추지 못한 채 출범을 맞이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행정안전부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지난달 24일 서울청사 후보지로 을지로 르네스퀘어를 선정했다고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건물 소유주와 임대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상태다.

준비단은 당초 르네스퀘어를 서울청사로 확정한 뒤 곧바로 계약 절차를 밟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청사 내 유치장 설치 여부를 둘러싸고 건물주 측과 의견 차이가 발생하면서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 소유주 측은 유치장이 들어설 경우 건물 이미지와 입주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설치가 강행될 경우 계약 자체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준비단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준비단은 청사 내부에 유치장을 두는 대신 인근 국가기관 시설을 공동 이용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검토 중이다. 다만 해당 방안 역시 관계기관 협의가 선행돼야 하는 만큼 최종 운영 방식과 계약 체결까지는 추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청사 확보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준비단은 이날 수원청은 옛 롯데마트 건물(수원 영통구), 부산청은 퍼스트월드 브라이튼(부산 강서구), 대구청은 남산빌딩(대구 남구), 대전청은 세종IT타워(세종 집현동), 광주청은 한경빌딩(광주 북구)을 각각 청사 예정지로 공개했다. 대전청은 명칭과 달리 세종시에 들어서게 된다.

다만 계약이 조속히 마무리되더라도 리모델링과 보안 설비 구축, 정보통신 인프라 설치 등을 남은 3개월 안에 끝내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 시스템 구축도 아직 초기 단계다. 준비단은 지난달 초에야 LG CNS와 자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구축 계약을 체결했다. 중수청보다 훨씬 작은 규모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출범 후 약 1년 5개월이 지나서야 KICS를 개통한 전례가 있는 만큼, 중수청 역시 독자 시스템이 안정화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인력 수급 문제는 더욱 난제로 꼽힌다. 정부는 전체 정원 3000여 명 가운데 약 2000명을 검찰 인력으로 충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검사들은 임관과 동시에 3급 일반직 공무원 수준의 처우를 받는 반면 중수청 수사관으로 이동할 경우 직급과 처우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어 지원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초기에는 중수청으로 자리를 옮길지 고민하는 검사들이 일부 있었지만 준비 과정이 계속 지연되면서 지금은 그런 분위기조차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관련 하위 법령 마련이 늦어지는 점도 조직 구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행안부는 지난달 22일 중수청 운영 기준을 담은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조직 체계와 인사 운영에 관한 핵심 내용은 제외했다.

행안부는 오는 8월 초까지 ‘중수청 직제’와 ‘중수청 수사관 임용령’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법조계에서는 남은 일정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현재와 같은 준비 속도라면 중수청이 제도와 조직,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문을 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은 폐지됐지만 중수청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할 경우 상당한 수사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10월 출범 일정 자체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지난달 12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수처보다 10배 이상 큰 조직을 1년 안에 출범시키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준비 기간의 현실적 한계를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