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의 배경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약 1년 반이 흘렀습니다. 그사이 잠자코 잊혀졌던 경찰고위 관리들이 한꺼번에 징계라는 큰 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국회 앞을 막으라던 윗사람의 명령을 그대로 따랐던 경비 책임자들 대부분이 해임되거나 직급이 내려갔으며, 검찰 수사로 재판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겪고 있습니다.
▶ 경찰청의 징계 발표 내용
경찰청은 이달 16일, 비상계엄과 관련된 경찰 고위직 22명에 대한 징계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알렸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처벌은 전 경기남부경찰청장의 경우였습니다. 그는 치안정감에서 한 단계 낮은 치안감으로 강등되었습니다. 경찰청장 바로 아래 직급인 치안정감이 강등 수모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입니다. 전 경북경찰청장과 전 충남경찰청장은 해임되었고, 전 서울경찰청 경비부장과 전 영등포경찰서장은 강등 처분을 받았습니다. 당시 기동단장들과 전 경기남부청 공공안전부장 등은 정직에 해당하는 무거운 징계를 받았습니다.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가 요구한 22건의 징계가 그대로 받아들여진 셈이며, 이 가운데 중징계는 16건, 경징계는 6건입니다.
▶ 가장 큰 징계 사유
징계 사유를 따져보면 ‘국회 차단’ 항목이 무려 12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선관위 통제’가 6건, 방첩사령부 체포조 인력 지원 관련이 4건 등이 있었습니다. 결국 국회 봉쇄 업무를 맡았던 경비 핵심 인물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입니다. 경찰청과 서울경찰청의 경비를 이끌던 지휘관들이 한꺼번에 전력에서 밀려난 형국입니다.
▶ 경비 현장의 딜레마
여기서 가장 큰 문제가 하나 떠오릅니다. 위급한 일이 터졌을 때 곧바로 달려가서 일을 수습해야 하는 경비 경찰에게 과연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하라는 것이 옳은 일인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비상계엄 선포 후 10분 만에 이미 기동대가 국회 앞에 배치되었습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그 짧은 시간 안에 경비가 계엄의合法性 여부를 가려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국회 출입문을 막고 전면 통제 조치까지는 고작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법적으로 잘못된 것인지를 헌법재판소가 판단하고 탄핵 결정을 내리는 데만도 여러 달이 걸렸는데, 현장 경비가 그 시간을 단 몇 분 만에 헤아리기는 어렵다는 평가입니다.
▶ 경비의 불안과 보상 축소
경비 경찰의 불안은 징계 결과 때문만이 아닙니다. 곳곳에서 열리는 집회와 시위를 관리하고, 월드컵 거리 응원처럼 국가 주요 행사에 동원되면서도 돌아오는 것은 비난과 조롱뿐입니다. 지난달에는 시위대에 둘러싸여 ‘무전 해봐라’, ‘왕따냐’는 말을 듣고 ‘중국 경찰’로 오해받는 당사자도 있었습니다. 그 경관은 내부 글에서 “이제는 우리의 인권과 자존심이 어느 정도까지 추락했는지 스스로 고민해야 할 때”라고 털어놓았습니다. 한편 보상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난 4월의 총경 승진 인사에서 102명의 승진자 가운데 경비 출신은 단 2명에 불과했습니다. 수사 기능을 키우겠다는 경찰청의 방향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입니다. 유인책이 줄고 업무만 무거워지는 형국입니다.
▶ 내부의 우려와 마무리
한 경찰 관계자는 “이번 징계로 경비 분야가 위축되는 분위기가 사실”이라며 “앞으로 현장 지휘관들이 책임 부담을 먼저 의식하며 소극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경비 출신 일선 경찰 역시 “이번 징계가 부담으로 작용하면 지원을 꺼리는 분위기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집회·시위 관리와 재난 대응은 경찰의 근본 기능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 기능에 지원하려는 인력이 줄어들면 경찰 전체의 위기 대응 능력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