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BIS 글로벌 결제플랫폼 ‘아고라 프로젝트’ 테스트 본격화

세계 주요 중앙은행과 민간 금융기관들이 함께 추진해온 새로운 국제 결제 시스템의 시험 모델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시스템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국가 간 자금 이동을 빠르고 안전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40개가 넘는 금융기관과 8개국 중앙은행이 2년 동안 협력하여 개발한 이 플랫폼은 디지털 화폐와 스마트 계약 기술을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앞으로는 실제 돈을 사용한 거래 테스트를 진행하며, 참여 기관도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는 6개 주요 시중은행이 이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렸으며, 해외에서는 글로벌 대형 은행들과 국제 결제 네트워크들이 대거 참여했다. 최근 북미 지역 중앙은행도 새롭게 합류하면서 참여 국가는 8개국으로 확대됐다.

현재 국제 결제 시스템의 한계

지금의 국제 결제 방식은 여러 중간 기관을 거쳐야 하는 구조라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투명성도 떨어져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2024년 기준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결제 규모는 195조 달러에 이르며, 2032년에는 320조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각 나라의 결제 시스템이 운영되는 시간이 다르고, 정보 품질이 낮으며, 자금이 순차적으로 처리되면서 묶이는 현상 등이 세계 무역과 경제 성장을 막는 걸림돌로 지적되어 왔다.

새로운 시스템의 핵심 원리

이번에 공개된 시스템은 분산 원장 기술과 스마트 계약을 활용한다. 상업은행의 디지털 예금이 기록되는 통합 원장과 각국 중앙은행의 디지털 준비금이 관리되는 관할권 원장이라는 두 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구조 덕분에 각 나라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와 운영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면서도, 여러 나라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단일 플랫폼의 장점을 누릴 수 있다.

동시 결제로 위험 차단

가장 큰 혁신은 ‘동시 결제’ 방식이다. 기존에는 결제 정보 교환과 자금 이동이 따로따로 일어나 중간에 오류가 생기면 돈을 다시 되돌려야 하는 위험이 있었다.

새 시스템은 자금을 확정하기 전에 받는 사람 확인, 경로 탐색, 자금세탁 방지 및 제재 검토 등 모든 검증 절차를 먼저 완료한다.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만 여러 통화와 국가에 걸친 결제가 ‘전부 아니면 전무’ 방식으로 동시에 실행되어 결제 위험을 원천적으로 막는다.

정보 처리를 먼저 끝낸 뒤에만 자금을 이동시켜서, 결제 실패 후 거래를 되돌리는 데 드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와 규제 준수

이 시스템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기술적 안전장치도 갖추고 있다. 디지털 잔액과 거래 정보는 암호화 방식으로 처리되며, 각 기관은 자신이 관여한 결제 단계 정보만 볼 수 있다.

거래 잔액이나 민감한 고객 정보는 원장에 직접 노출되지 않으며, 암호화된 식별자와 승인 결과만 기록된다. 각 금융기관은 자체 시스템에서 독립적으로 자금세탁 방지 및 제재 대상자 검사를 수행한 뒤 그 결과만 공유해 데이터 보안을 완벽히 지키면서도 규제 요구사항을 충족시킨다.

법적 타당성과 남은 과제

법률 검토 결과, 이 플랫폼에서 발행되는 디지털 화폐는 기존의 계좌 기반 화폐와 동일한 법적 특성을 지니는 것으로 확인됐다. 디지털 기술이 화폐의 법적 특성이나 관련 의무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며, 참여한 모든 국가에서 기존 법률 체계 안에서 결제를 완결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사이버 보안, 운영 안정성, 처리 성능, 기존 결제 시스템과의 연동, 국가별 데이터 규정 준수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개인정보의 해외 보관을 제한하는 규정이 있어 데이터 관리 방식 설계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일부 통화와 참여 기관을 대상으로 실제 자금을 사용한 거래 테스트를 추진하며, 민간 부문의 역할을 확대하고 신규 참여 기관을 추가로 모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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