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계약, 단순 무기 거래를 넘어서다
캐나다 해군 잠수함 프로젝트의 경쟁 구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현지 산업 기여도 100% 이행이라는 특별한 조건입니다. 성능과 가격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 기술 이전, 유지보수 등 현지 기여 방안이 당락을 결정짓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한화 그룹은 이에 대응해 전방위적 접근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4월 캐나다 자동차부품 협회와 군용 차량 현지 생산을 위한 합작 법인 설립 협약을 맺었고, 1월에는 알고마 철강에 최대 3억 4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관세 문제로 일자리를 잃은 1,000명 중 500명을 재고용할 수 있다는 현지 정부의 발표는 정치권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같은 시기 우주 및 기술 기업들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했으며, 앨버타 주정부와는 에너지, 방위산업, 조선 분야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협력 약속을 체결했습니다. 현재까지 30여 개 기업 및 기관과 협력 관계를 맺은 상태입니다.
산업 패키지로 진화한 방산 수출
한화의 제안은 단순히 한 기업의 노력이 아닙니다. 현대차 그룹의 현지 공장 건설과 수소 에너지 협력, 어뢰 공장 설립, LG 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생산 거점까지 포함됩니다. 한국 주요 산업 전체를 동원한 패키지인 셈입니다.
전문 분석 기관에 따르면 이러한 투자는 2026년부터 2044년까지 연평균 2만 2천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고, 캐나다 경제에 약 940억 달러를 기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방산 수출이 무기 계약을 넘어 국가 산업 패키지로 발전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런 흐름은 낯설지 않습니다. K9 자주포가 폴란드에서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으로 확대됐듯, 한국 방산 수출 방식은 이미 ‘무기 판매’에서 ‘산업 이식’으로 변화해왔습니다.
약속의 무게, 그리고 리스크
문제는 그 속도와 책임의 소재입니다. 개별 기업의 수주 전략이 어느새 국가 산업 전반을 동원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지만, 그에 따른 책임과 위험의 귀속은 여전히 불명확합니다.
30여 곳의 현지 협력사는 이미 이 약속을 전제로 내부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적 구속력과 무관하게, 한번 생긴 기대는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수주에 성공한다 해도 부담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지금의 약속들은 계약 체결 순간 이행 의무로 전환됩니다. 현지 협력사 30곳, 공장 건설, 기술 이전을 묶은 패키지의 비용 구조가 수주 금액에 정확히 반영됐는지 외부에서 검증할 방법은 없습니다.
수주 규모의 크기에만 집중하다 이행 비용을 간과한다면, 이번 사업 역시 숫자 뒤에 재무적 위험을 숨긴 ‘승리의 함정’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 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는 방식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교한 전략일수록 실패 시 구조적 비용도 함께 커집니다. 캐나다에 내건 약속의 무게가 전략적 자산인지, 결과에 따라 부담으로 바뀔 이중성을 가진 것인지는 수주 결과 이후에야 판가름 날 것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물어야 할 것은 그 무게를 버틸 비용 구조와 이행 체계를 갖추고 있느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