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의 정당성이 흔들리면서 힘 을 잃은 노동조합, SK하이닉스 ‘성과급 N%’ 협상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제도(영업이익의 N% 성과급)’ 가 파업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이에 따라 앞으로 SK하이닉스에서 노조와 회사가 임금과 단체협상을 어떻게 진행할지가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최근 들어 SK하이닉스 노사와 회사는 서로 마주 앉았다. 마침 지난해 함께 만든 성과급 제도를 다시 꺼내 들고 새로 협상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 김영훈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법 에서 정한 노사 다툼의 범위를 보다 분명하게 설명하는 세부 기준을 최대한 빨리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김 장관은 “대통령이 직접 하라고 한 일인 만큼 빈틈없이 해내겠다”면서 “회사와 노동조합이 현장에서 이 법의 취지와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도록 자리를 마련해 시행 첫날부터 생길 수 있는 혼란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하루 전인 국무회의에서 노동 다툼의 기준을 구체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시행령, 대통령령, 시행규칙, 고용노동부의 해석지침 등을 이야기하며 관심을 보였다. 특히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주는 제도 자체가 노동 다툼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서 넓어진 다툼의 범위를 다시 좁히고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은 다툼의 범위를 ‘일하는 조건에 영향을 주는 회사 경영상의 결정’까지 넓혔지만,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주는 제도가 여기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노조와 회사 쪽 해석이 제각각이다. 정부가 사실상 ‘성과급은 노동 다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노사관계의 가장 민감한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정부가 특정 회사의 성과급 제도를 직접 거론한 것은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요구가 우리나라 전체 기업계로 번질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부는 해석지침을 고치는 방식으로 제도 보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을 바로 고치려면 입법 예고와 법제처 심사 같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경우에 따라 노란봉투법 자체를 고쳐야 할 수도 있어, 현실적으로는 해석지침 개정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본다.

  기업계에서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노동조합이 파업으로 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반도체 시장이 크게 살아나면서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이런 요구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영업이익의 13~15%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하며 지난달 말 파업에 들어갔고,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영업이익의 30%, 현대자동차 노조는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쏠리는 곳은 단연 SK하이닉스다. 작년에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 성과급 논의가 1년 만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올해 임금 협상을 시작하면서 회사는 작년까지 100% 현금으로 주던 성과급의 일부를 주식으로 나누어 주는 방법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도 특별 경영 성과급을 자사주로 받는 만큼 같은 흐름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SK하이닉스 노사와 회사는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만드는 성과급인 ‘초과이익 분배금(PS)’의 상한을 없애고 이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이때 PS 금액의 80%는 그해에 현금으로 주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나눠 주는 방식으로 정했다. 이 체계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올해 SK하이닉스 연간 영업이익이 27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여 직원 한 사람이 받는 성과급이 평균 7억~8억원(세전)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직급과 개인 성과에 따라 실제 받는 금액은 다를 수 있지만 이렇게 큰 금액의 현금이 돌아가는 만큼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구성원에게 가능한 한 많은 행복을 주는 것이 목표이지만, 그 행복이 주주를 비롯한 다른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해치거나 오래 지속되기 어려운 방향이라면 제도를 고치고 바꿔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다만 노동조합의 반발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노조는 작년에 10년간 제도를 유지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1년 만에 바꾸려는 움직임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거기에 정부가 성과급을 둘러싼 파업은 노동 다툼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으면서 앞으로 임금 협상 과정에서 노조가 쓸 수 있는 협상 전략에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최준선 명예교수는 “법령 자체가 모호한 만큼 해석지침을 통해 얼마든지 구체화할 수 있어 지침 개정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오래 두고 볼 때는 노동 다툼의 대상을 똑똑히 정하는 방향으로 법도 함께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