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입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준비한 ‘이중 상장 길잡이’의 예고 기간이 오늘로 끝나는 가운데, 물적분할 자회사가 기업공개(IPO)를 하려면 모회사 일반주주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규칙이 사실상 확정 단계에 들어섰다.
■ 시행 일정 이번 길잡이와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 규정 개정안은 지난 6일 공개돼 이날까지 예고 기간을 거쳤다. 이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을 거쳐 8월 초 시행이 예상되며, 시행일 이후 상장예비심사 청구 건부터 적용된다.
■ 핵심 조건 ‘3퍼센트 기준’ 새 기준은 기존 상장 요건 외에 영업 독립성,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라는 특례심사 항목 세 가지를 모두 갖춰야 한다. 투자자 보호 부분은 자회사 종류에 따라 심사 방식이 달라지며, 물적분할 자회사는 일반주주 동의를 못 받으면 원칙적으로 요건 미달로 본다. 동의 절차에는 상법상 감사위원 선임에 쓰는 ‘3퍼센트 기준’이 그대로 적용된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등의 의결권을 합쳐 3퍼센트를 넘기면 그만큼 의결권에서 빠지며, 의결에는 출석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지배주주 의결권을 아예 배제하는 방식도 놓고 법무부가 주주평등 원칙 위반 가능성을 짚어 결국 3퍼센트 기준이 개정안에 담겼다. 인수·신설로 들어온 일반 자회사는 주주 동의가 의무는 아니지만, 받지 않을 경우 자금조달 필요성과 산업 특성 등을 따져 엄격히 개별 심사한다. 특히 재무적투자자(FI)와의 조건부 계약 이행이나 투자금 회수만을 위한 상장처럼 주주 보호 필요성이 더 큰 경우는 별도로 명시됐다. 모회사와 비교해 매출·영업이익·자산이 모두 10퍼센트 미만인 자회사는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물적분할 방식이면 비중이 낮아도 동의는 반드시 받아야 한다.
■ 모회사 의무 5가지 ① 주주영향평가 ② 주주보호 방안 마련 ③ 주주소통 또는 동의 확인 ④ 찬반 결의 및 자회사 통지·공시 이 다섯 가지 의무를 지켜야 하며, 독립적 특별위원회 사전 심의도 거쳐야 한다.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최대 10억원의 상장계약 위약금과 매매거래정지 조치가 따라올 수 있다.
■ 영향권에 들어온 기업들 규제 여파는 이미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2020년 HD현대에서 나눠진 HD현대로보틱스는 올해 초 주관사를 정하고 상장에 나섰지만, 이후 IPO 작업이 멈추고 주관사 멤버도 회사를 떠났다. HD현대의 지분율이 81.82퍼센트로 매우 높아 주주 동의가 예외 없이 필요하고, 최근 3년 중 두 해는 적자이며 작년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해 모회사 매출 기여도는 0.37퍼센트에 그친다. LS에식스솔루션즈도 대통령이 이중 상장 문제를 지적한 지 나흘 만에 상장예비심사를 스스로 철회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같은 LS그룹 안에서도 LS전선은 물적분출 출신이어서 규제가 더 강할 가능성이 있고, LSMnM은 FI 비중이 높아 심사 부담이 크기 때문에 처지가 서로 다르다”고 분석했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7월까지 IPO를 마치겠다는 약정을 지키기 어려워져 SK와 함께 조건부 우선주(CPS)를 다시 사들이기로 했다. IPO와 관련해서는 길잡이가 확정된 뒤 주관사 등과 상의할 계획이다. CJ올리브영은 이중 상장 규제로 IPO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주사 CJ와의 합병 가능성이 시장에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CJ의 지분 구조와 CJ올리브영의 규모를 보면 비중 낮은 자회사 예외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CJ 측은 상장이나 합병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 예외 조항과 긍정적인 사례 반대로 자회사가 먼저 상장하고 모회사가 나중에 상장하는 구조는 특례심사에서 제외된다. 사례로 오너 3형제가 지분 80퍼센트를 쥔 한화의 최대주주인 한화에너지가 꼽힌다. 다만 한화솔루션 주주연대는 이 예외 조항이 그룹 승계를 우회하는 길로 악용될 수 있다며 국회에 국민동의 청원을 냈고, 한화 측은 한화 주주 가치 희석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새 길잡이를 처음부터 잘 충족한 사례로는 덕산넵코어스가 거론된다. 모회사 덕산하이메탈은 지난 5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덕산넵코어스 상장 안건을 전체 출석 의결권 기준 찬성률 92퍼센트로 통과시켰다. 최대주주 등을 뺀 일반주주 참석률은 50.3퍼센트였고, 그 가운데 73퍼센트가 찬성했다.
■ 전망 증권가에서는 첫 심사 사례를 보려는 신중 기조가 이어져 단기간 상장예비심사 청구가 크게 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동시에 기준 충족이 무분별한 이중 상장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