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980년대 후반 ‘3저 호황’ 장세와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KB증권의 분석이 주목받고 있다.
다만 랠리의 끝을 가를 변수로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유가 불안이 떠오르고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말부터 현재 코스피 상승장을 1980년대 후반 ‘3저 호황’ 강세장과 비교해왔다. 당시 한국 증시는 저유가·저금리·저달러라는 이른바 3저 환경 속에서 강력한 상승장을 경험했다.
KB증권은 올해 초 코스피가 7000선을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는데, 실제 시장은 이보다 더 빠르고 강하게 움직였다. 이에 KB증권은 최근 연내 코스피 상단 전망을 1만500포인트까지 높여 잡았다. 지난해 11월 KB증권이 내놓은 코스피 지수 추이 전망, KB증권 분기별 흐름도 상당 부분 맞아떨어졌다.
KB증권은 올해 1분기 강세, 2분기 조정, 3분기 재상승, 4분기 조정 가능성을 제시해왔다.
실제 3월에는 미국과 이란 전쟁 여파로 코스피가 흔들렸지만, 이후 저점 대비 60% 가까이 반등했다.
당시 이은택 KB증권 자산배분전략 이사는 “3저 호황기에도 마이너스 18% 수준의 거친 조정이 있었고, 이후 반년 동안 80%에 달하는 상승세로 복귀했다”며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했다. 결과적으로 ‘조정 시 매수’ 전략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최근 코스피는 조선, 자동차, 전력, 방산·우주 등 실적이 뒷받침되는 업종으로 온기가 퍼지는 듯했지만, 다시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전력·우주 등 일부 주도주로 수급이 쏠리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KB증권은 코스피가 1980년대 후반 ‘3저 호황’ 장세와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KB증권은 이를 ‘버블 후반기’의 전형적인 특징으로 본다.
이 이사는 “1929년 신기술 소비재, 1971년 니프티 피프티, 1999년 닷컴 버블 말기에도 주도주 폭이 좁아지는 시장 축소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 자금이 대거 유입돼 주도주에 쏠리고, 기관투자자도 소외되기보다 실적이 우량한 주도주와 함께 움직이는 쪽을 택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금리…美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부상 랠리의 최대 변수는 금리다.
KB증권은 최근 국채금리 상승을 가장 중요한 경고 신호로 보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6%대, 30년물은 5%대를 넘나들고 있으며, 국내 채권 대차거래 잔고도 227조원을 넘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 가격 하락, 즉 금리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금융시장에서도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상했다.
19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예측시장 플랫폼 칼시(Kalshi)는 연내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43%, 2027년 7월 이전 인상 가능성을 64%로 반영했다. CME 페드워치에서도 12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가능성은 41.7%,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15.7%까지 높아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 시장은 연준의 다음 행보를 금리 인하로 봤지만, 중동 전쟁 장기화와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재가속 우려가 커지며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실제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5.19%를 돌파해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10년물 금리도 4.68%대까지 올랐다. “실적 좋아도 금리 오르면 위험” KB증권은 과거 버블 붕괴의 공통점을 금리에서 찾는다.
이은택 KB증권 자산배분전략 이사는 “지난 120년 동안 3번의 증시 버블 붕괴는 모두 금리 상승이 촉발했다”며 “금리가 오르면 ‘실적은 좋다’는 외침도 소용없다”고 지적했다. 금리가 높아지면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고, AI 등 성장주 밸류에이션에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미국 시장에서도 비슷한 경고가 나온다.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는 “실질적으로 통화정책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은 채권 자경단”이라고 말했다. 채권 자경단은 정부의 재정 확대나 인플레이션 위험에 반발해 국채를 팔아 시장금리를 끌어올리는 투자자들을 뜻한다.
관건은 유가다. KB증권은 현재 금리 상승의 핵심 원인으로 유가 불안을 꼽는다. 이 이사는 “유가가 임계점인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하고 증시가 발작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즉, 유가와 금리가 다시 안정되면 조정장은 또 한 번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유가 급등과 금리 상승이 장기화하면 지금의 코스피 랠리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