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PEF, F&B 대신 전력·산업재 본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하반기 인수합병(M&A) 검토가 섹터별로 엇갈리고 있다.

전력기자재, 전선, 열처리, 소재 등 산업재 기업에는 실사 수요가 이어지는 반면 내수형 외식·프랜차이즈 매물은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회계자문·M&A 자문 현장에서는 전력기자재와 부자재, 전선, 열처리,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기업에 대한 인수 검토와 실사 요청이 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이 전력망 투자로 이어지면서 관련 기업들이 PEF 운용사들의 검토 대상에 오르고 있다.

실제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딜은 대부분 산업재와 관련돼 있다.

헬리오스프라이빗에쿼티는 서울전선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PCB·디스플레이 소재 사업부 카브아웃에도 복수의 중대형 PEF 운용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국제전기 인수, 테넷에쿼티파트너스의 파워맥스 인수 등도 변압기 관련 기업 투자 사례다.

이 밖에 전력설비 기업 근우는 올해 초 시장에서 400억원의 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전력·산업재 기업이 투자 검토 대상에 오르는 배경에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4년 415TWh에서 2030년 약 945TWh로 늘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면 전선, 변압기, 배전반, 전력기자재 수요도 함께 커질 수 있다. 반면 내수형 외식·프랜차이즈는 사정이 다르다.

현재 시장에는 맘스터치, 노랑통닭, 버거킹코리아, 피자나라치킨공주 운영사 리치빔 등이 매물로 출회돼 있다.

다만 원매자들이 브랜드 인지도보다 점포당 수익성, 가맹점 관계, 필수품목 마진, 장기 현금흐름 등을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따지며 딜이 지연되고 있다. 이는 가맹 시장의 외형 성장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맹본부는 9960개, 브랜드는 1만3725개, 가맹점은 37만9739개로 모두 전년보다 늘었다.

시장 규모가 확대되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또한 외식업 유행 주기가 짧아지며 인수 후 회수 시점의 현금흐름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딜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높은 고정비도 부담이다.

베이커리 등 일부 업종은 제조 과정에서 인건비 비중이 높고 임대료도 상당하다. 또한 인구 10만명당 베이커리 전문점 수는 54개로 일본 10개를 크게 웃돈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 같은 이유로 업계에서는 F&B 자산을 보유 기간이 길고 멀티플이 제한적인 자산으로 보고 있다. 다만 F&B 전체가 투자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아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늘고 꾸준한 수익성이 확인된 K푸드 기업은 브랜드 프리미엄을 반영한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평가된다. 내수형 프랜차이즈와 해외 확장형 식품 기업 간 평가 격차가 벌어지는 구조다.

한 회계자문사 관계자는 “F&B 매물은 많지만 가격과 장기 현금흐름 검증에서 막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전력·산업재는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라는 전방 수요가 있어 실사 단계까지 가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