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는 은행 자본 규제를 다소 풀어주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스트레스 검사와 관련한 자본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움직였고, 일본과 영국도 경기 활성화와 기업 자금 지원을 위해 규제를 손보는 분위기다. 보호무역과 산업 경쟁이 강해지면서, 각국이 금융 규제를 예전보다 더 유연하게 운영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 스트레스 완충자본 규제까지 새로 적용되면, 은행들이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자금이 최대 약 삼십조 원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여기에 이미 시행 중인 경기대응 완충자본까지 더하면 전체 부담은 사십조 원 안팎으로 커질 수 있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등 모두 열일곱 개 은행에 규제 비율을 단순 적용하면, 은행들은 보통주 중심의 핵심 자본을 대규모로 더 쌓아야 한다. 스트레스 완충자본은 금융당국의 위기 대응 점검에서 취약하다고 판단된 은행에 추가 자본을 더 갖추도록 하는 제도다. 쉽게 말해, 불안한 상황이 닥쳐도 버틸 힘이 충분한지 미리 확인하고 부족하면 더 채우게 하는 장치다.
이미 시행 중인 경기대응 완충자본도 은행들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 제도는 경기가 흔들릴 때를 대비해 평소에도 일정 수준의 여유 자본을 갖고 있도록 하는 규제인데, 현재 은행권이 이 기준에 맞춰 쌓아야 하는 자본만도 약 십일조 오천억 원으로 추산된다.
금융권에서는 새 규제 도입 시점을 좀 더 늦출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나라들은 규제를 완화하며 기업 대출과 투자 여력을 넓혀주고 있는데, 우리만 자본 규제를 더 강화하면 은행의 부담이 커지고 실물경제 지원 여력이 줄 수 있다는 이유다. 특히 산업 지원과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려면, 규제 강도와 경기 상황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부담 요인도 있다. 국제 기준 변화에 따라 앞으로 위험자산을 계산하는 기준이 더 엄격해지면, 은행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자본을 준비해야 할 수 있다. 즉, 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 여부와 별개로 은행권의 자본 부담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은행권 일각에서는 현재 주요 은행들의 핵심 자본 비율이 이미 높은 수준이어서, 당장 추가 규제를 서두를 필요가 크지 않다고 본다. 실제로 주요 은행들은 감독 기준을 웃도는 자본 여력을 갖춘 상태로 평가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규제를 무조건 늘리거나 줄이는 것이 아니라, 경기 상황과 금융시장 흐름에 맞춰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일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결국 핵심은 균형이다. 금융 시스템의 안전성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은행이 기업과 가계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힘을 지나치게 약하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의 실제 건전성, 세계 규제 흐름, 경기 여건을 함께 따져 보면서 자본 규제의 속도와 수준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