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은 이제 게임회사를 넘어 인공지능과 로봇까지 키우는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회사는 최근 몇 년 동안 연구개발비를 꾸준히 써 왔고, 2025년에는 6123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2021년 3652억원, 2022년 4040억원, 2023년 3792억원, 2024년 4248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보면 지난해 증가 폭이 특히 컸다.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18.4퍼센트로 높아졌다.
보통 게임업계에서 연구개발비가 늘면 새 게임을 위한 투자로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크래프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게임 안에 넣는 인공지능 기술은 물론 자체 인공지능 모델, 피지컬 인공지능, 로보틱스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실제로 회사는 관련 조직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미국과 한국에 로보틱스 연구 자회사를 세웠고,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 소프트웨어 역할을 할 기술 연구를 맡겼다. 또 기존 딥러닝 조직도 인공지능 본부로 넓혀 연구 인력을 대폭 늘린 것으로 전해진다.
자체 기술 개발도 강화했다. 개인용 인공지능 서비스에 이어 최근에는 라온이라는 인공지능 브랜드를 내놓았다. 여기에는 음성 인식, 실시간 대화, 글을 음성으로 바꾸는 기술, 시각 정보를 이해하는 모델 등이 포함됐다. 특히 일부 모델은 기존 기술을 조금 손보는 수준이 아니라 처음부터 직접 만드는 방식으로 개발해, 장기적으로는 기술 자립과 비용 절감을 노리고 있다.
이 기술들은 게임에도 실제로 들어가고 있다. 인조이에는 인공지능 기반 상호작용 기능이 적용됐고, 배틀그라운드에도 새 인공지능 시스템 도입이 예고됐다. 자회사 게임에도 강화학습 기반 기술이 쓰이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투자 방향이 게임 밖으로도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크래프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손잡고 피지컬 인공지능 기술을 함께 개발하고, 합작법인 설립도 추진 중이다. 게임에서 쌓은 인공지능과 시뮬레이션 역량을 국방·제조 분야로 넓혀 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관련 투자 펀드 참여도 검토하고 있어 사업 확장 범위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지금은 대부분이 선행 투자 단계라는 점이 부담이다. 회사가 키우는 분야는 게임 내 인공지능, 자체 언어모델, 시각·멀티모달 기술, 음성 기술, 사내 업무 자동화, 피지컬 인공지능, 로보틱스 등으로 넓지만, 아직 뚜렷하게 독립 매출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려운 영역이 많다.
현금 여력도 다소 줄었다. 크래프톤의 현금성 자산은 2024년 3조8777억원에서 2025년 3조3005억원으로 약 15퍼센트 감소했다. 투자할 곳은 많아졌는데 바로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은 아직 제한적이어서, 단기적으로는 현금흐름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 평가는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크래프톤이 충분한 자금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를 먼저 준비하고 있다고 본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본업인 게임 사업이 아직 특정 지식재산권 의존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새 사업을 한꺼번에 많이 벌리면 자원이 흩어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결국 핵심은 어디에 먼저 힘을 실을지 정하는 일이다. 앞으로는 라온의 상품화 시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의 합작사업 매출 발생 시기, 그리고 게임 속 인공지능 기술이 실제 흥행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 투자가 본업과 시너지를 만들면 성장 동력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