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풍산의 탄약 사업 인수를 검토한다는 말이 나오자, 시장은 가장 먼저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인수에 나설 것으로 거론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앞으로 2년 안에 큰 규모의 투자를 예고한 상태다. 이미 밝혀진 투자 계획만 해도 2028년까지 11조 원 수준이어서, 여기에 풍산 탄약 사업 인수 대금까지 더하려면 추가 자금 대책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차입금과 회사채는 12조 3949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조 원 넘게 늘었다. 반면 현금성 자산도 크게 증가해 7조 7134억 원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제삼자배정 유상증자에 성공했고, 당기순이익도 거뒀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면 현금이 충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미 잡혀 있는 투자 일정과 늘어난 빚을 함께 봐야 해서 여유가 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특히 회사가 주주들에게 자금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둔 점도 부담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시장의 반발을 달래기 위해, 확보한 자금을 국내 스마트 공장과 설비 구축, 해외 조선·방산 업체 지분 투자, 항공우주 설비 확대 등에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풍산 탄약 사업 인수에 약 1조 5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보면, 기존 계획과는 별개인 새로운 자금 조달 방안이 사실상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만약 예전에 유상증자로 모은 돈을 이번 인수에 돌려 쓴다면 공시 내용과 다르다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당시 설명에 국내 인수합병이 포함되지 않았던 만큼, 자금 용도를 바꾸면 시장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게다가 배당 확대 약속까지 감안하면, 회사가 실제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문제는 한화솔루션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한화솔루션 역시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데, 조달 자금 상당 부분을 빚 상환과 시설 투자에 쓰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그룹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기존 유상증자 자금을 다른 인수에 활용한다는 의심을 받게 되면, 한화솔루션을 바라보는 주주들의 시선도 더 차가워질 수 있다.
인수 자금만 마련한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실제 거래가 추진되면 규제 당국 심사도 넘어야 한다. 업계에서는 한화가 어느 정도 사전 의견 교환은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경쟁 방산업체들의 반발은 여전히 변수다. 현대로템과 엘아이지 디앤에이 같은 회사들은 풍산에서 탄약을 공급받고 있는데, 만약 풍산 탄약 사업이 한화로 넘어가면 경쟁사의 무기체계 관련 정보가 새어 나갈 수 있다는 걱정을 할 수 있다.
또 한화가 시장 지위를 활용해 탄약 공급 가격이나 납품 시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풍산의 탄약 사업이 특정 대기업 계열 안으로 들어가면 방산 시장의 공정 경쟁 구조가 약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본다. 최근 일부 경쟁사가 방어 차원에서 입찰 참여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는 해석이다.
결국 이번 인수 추진설의 핵심은 단순히 살 수 있느냐가 아니라, 무리 없이 돈을 마련할 수 있는지, 그리고 시장과 규제 당국을 모두 설득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