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제주항공, 20년 단일 기종 전략 빛 발하다

 

국제 원유 가격이 오르고 경쟁이 치열해지며 부품 공급이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한 항공사의 오래된 전략이 다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제주항공은 20년 가까이 같은 종류의 비행기만 운영해왔는데, 이 선택이 지금 시점에서 최고의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쌓아온 운영 경험과 최신 기종으로의 교체가 맞물리면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한때는 너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불확실한 항공 시장에서는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생존 방법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18년간 한 가지 계열 비행기만 사용

항공업계 자료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2008년 보잉 737-800 기종을 들여온 이후 지금까지 보잉 737 시리즈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초창기에 사용했던 소형 기종을 빼면 거의 18년 동안 같은 계열 항공기만 사용해온 셈입니다.

항공업계에서는 기종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정비, 운항, 승무원 관리 전반의 효율을 높이는 저비용 항공사의 대표적인 전략으로 평가합니다.

비용 절감의 핵심, 단일 기종 운영

같은 종류의 비행기만 운영하면 가장 큰 장점은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여러 종류의 비행기를 쓰면 각각 다른 부품과 정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지만, 동일한 기종만 사용하면 부품 재고와 정비 인력을 훨씬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조종사들도 별도의 자격 전환 없이 다른 비행기에 투입될 수 있어 인력 운영이 유연합니다. 비행기 결항이나 지연 같은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최근 일부 항공사들이 사업을 확대하고 합병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기종을 운영하며 비용 부담을 안게 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기종이 늘어날수록 조종사 교육비, 훈련 장비 구축 비용, 정비 시스템 운영 비용이 모두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내 항공업계에서는 기종 전환에 따른 추가 투자 부담이 수백억 원 규모에 이르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신 기종 도입으로 연료비 19% 절감

제주항공의 경쟁력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차세대 항공기 도입 효과 때문입니다. 2023년부터 보잉 737-8 도입을 본격화해 현재 12대를 운영 중이며, 국내 저비용 항공사 중 가장 많은 최신 기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737-8은 최신 엔진을 장착해 기존 737-800 대비 연료 효율이 약 15% 향상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성능 개선은 실제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연간 연료비는 전년 대비 약 16% 감소했고, 올해 1~3분기 누적 기준으로도 연료비가 19%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제 유가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연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737-8은 연료 효율뿐 아니라 정비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됩니다. 부품 수명이 늘어나고 대규모 정비 주기가 길어지면서 유지 비용이 감소합니다. 운항 거리도 기존 기종보다 늘어나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중장거리 노선 확대가 가능합니다.

오래된 비행기 처분으로 재무 안정성 확보

제주항공은 신형 비행기 도입과 함께 구형 비행기 처분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737-800NG 일부 기체를 대규모 정비 시점 이전에 매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큰 정비 비용이 발생하기 전에 남은 가치를 확보하는 전략입니다.

전 세계 중고 항공기 시장에서 737-800 수요가 여전히 높은 점도 매각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와 함께 오래된 임대 비행기를 순차적으로 반납하고 구매했던 오래된 기체를 매각하며 비행기 구성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신형기 도입과 구형기 처분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비행기 평균 나이를 낮추고 자금 확보 효과도 거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행기 현대화 전략은 전 세계 저비용 항공사 업계에서도 보편적으로 활용됩니다.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과 아일랜드 라이언에어,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 등도 구형기를 적절한 시기에 매각하고 신형기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비용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2018년 계약의 효과, 지금 나타나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2018년 보잉과 체결한 737-8 대규모 구매 계약의 효과가 최근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부품 공급이 불안정하고 항공기 생산이 지연되어 새 비행기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도 계획된 물량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커진 환경에서 안정적인 항공기 확보 능력은 경쟁 우위 요소로 꼽힙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단일 기종 전략은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운영 안정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핵심 경영 전략”이라며 “제주항공은 차세대 항공기 도입과 비행기 현대화를 통해 고유가 시대에 강점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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