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쌀 매입에 앞서 민간 보유 재고량까지 따져본다

정부는 오는 8월부터 바뀌는 쌀 관리 제도에 맞춰, 쌀을 사들일지 판단하는 기준을 더 세밀하게 손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생산이 얼마나 많았는지가격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중심으로 봤다면, 앞으로는 민간 창고에 쌓인 재고량과 지난 가격 흐름까지 함께 살피는 방식이 유력하다. 단순히 한 가지 숫자만 보고 결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검토안에는 초과 생산 기준을 지금의 3퍼센트 이상에서 3~5퍼센트 범위로 넓히고, 가격 하락 기준도 평년보다 5퍼센트 이상 하락에서 5~8퍼센트 범위로 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이런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보다, 관련 위원회 심의를 거쳐 여러 지표를 함께 보고 판단하는 구조를 생각하고 있다.

여기서 눈에 띄는 부분은 민간 재고량이다. 해마다 12월 말 기준으로 산지 유통업체의 재고가 평년보다 10퍼센트 이상 많으면, 시장에 쌀이 너무 많이 풀렸다는 신호로 보고 추가 대책을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재고가 평년보다 10퍼센트 이상 적으면, 쌀값이 급하게 오를 가능성을 고려해 정부가 보유한 쌀을 시장에 내보내는 방안도 살필 수 있다.

또 다른 보조 지표로는 역계절진폭이 거론된다. 이것은 보통 수확철보다 여름철 쌀값이 더 낮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흐름은 재고가 지나치게 쌓였을 때 자주 나타나는 가격 이상 신호로 여겨진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런 하락 폭이 평균 8.5퍼센트 정도였고, 일부 연도에는 12.2퍼센트까지 내려간 만큼, 정부는 이 수치도 공급 과잉을 가늠하는 참고 자료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제도가 촘촘해질수록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시장 격리가 자주 이뤄지면 정부의 매입·보관·처분 비용이 계속 쌓여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농가가 “어차피 정부가 사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되면, 스스로 재배 면적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오랜 기간 쌀 소비는 꾸준히 줄었지만, 벼 재배 면적은 그만큼 빠르게 줄지 않았다. 그 결과 소비자는 높은 쌀값 부담을 느끼고, 정부는 세금으로 시장 안정을 위한 비용을 계속 떠안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번 제도 개편의 핵심은 쌀이 얼마나 생산됐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시장과 창고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까지 함께 따져 더 정교하게 대응하겠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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