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주택연금을 스스로 해지하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가 매달 받는 금액을 높이고 처음 내는 비용도 낮췄지만, 시장에서는 연금을 계속 받기보다 집을 직접 처분하거나 가족에게 넘기려는 움직임이 더 강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들어 해지 건수는 뚜렷한 증가 흐름을 보였다. 1월에는 222건, 2월에는 228건, 3월에는 245건으로 매달 늘었다. 3월 수치는 최근 약 4년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1분기 전체로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 508건이던 해지가 올해는 695건으로 늘어, 증가 폭이 꽤 컸다.
주택연금은 만 쉰다섯 살 이상이면서 공시가격 12억원 이하의 집을 가진 사람이 집을 담보로 맡기고, 오래 사는 동안 매달 생활비처럼 돈을 받는 제도다. 그런데 이 제도는 가입할 당시의 집값을 기준으로 월 지급액이 정해진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 집값이 많이 뛰면, 연금을 유지하는 것보다 집값 상승 이익을 직접 챙기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다.
실제로 집값이 크게 올랐던 시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있었다. 2020년 10월에는 월간 해지 건수가 처음으로 300건을 넘었고, 2021년 8월에는 389건까지 올라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대로 집값이 주춤했던 2023년에는 월별 해지 건수가 대체로 100건 안팎에 머무는 모습이었다.
중도해지를 선택하면 부담도 작지 않다. 그동안 받은 연금에 이자와 보증료를 더해 한꺼번에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입 기간이 길수록 돌려줘야 하는 금액도 커진다. 실제로 올해 3월 해지된 245건의 누적 지급액은 약 376억으로 집계됐고, 한 건당 평균으로 따지면 1억 5천만 원이 넘는 금액을 상환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정부와 관련 기관은 제도를 더 많이 이용하도록 조건을 손봤다. 매달 받는 금액을 전반적으로 높이고, 처음 내는 보증료도 집값의 1.5%에서 1.0%로 낮췄다. 다만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집값 상승 기대가 계속 강하면, 이런 제도 개선만으로는 해지 증가 흐름을 막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