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리면서 은행 자금 흐름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사용액은 최근 3년 4개월 사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고, 은행에 잠시 넣어두는 성격의 요구불예금은 줄어드는 모습이다.
쉽게 말해, 예금에 돈을 묶어두기보다 투자 기회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강해진 것이다. 특히 증시가 강세를 보이자,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여유자금뿐 아니라 마이너스통장까지 활용해 투자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수치만 봐도 흐름은 분명하다.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5월 7일 기준 약 40조 5029억 원으로 집계됐다. 4월 말보다 7152억 원 늘어난 규모다. 월말 기준 기록과 비교하면 2023년 1월 이후 가장 큰 수준이며, 5월 초 며칠 동안의 증가 폭도 최근 여러 달 사이 눈에 띄게 큰 편에 속한다.
이런 변화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금씩 나타났다.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 이용은 더 까다로워졌고, 그 사이 주식시장 분위기가 살아나자 자금이 부동산에서 증시 쪽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강해졌다. 연말 상여금 유입 등으로 잠시 주춤했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다시 빠르게 늘고 있다.
은행에 머물던 대기성 자금도 줄고 있다. 요구불예금 잔액은 5월 7일 기준 약 696조 511억 원으로, 4월 말보다 5013억 원 감소했다. 이미 4월에도 큰 폭으로 줄어든 데 이어 감소세가 이어진 것이다. 이는 투자에 바로 쓸 수 있는 돈이 은행 밖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런 현상을 단순한 일시 변화로만 보지 않는다. 머니마켓펀드와 종합자산관리계좌처럼 짧게 자금을 넣어두는 상품으로 돈이 모이는 흐름도 함께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시중에 풀린 자금은 충분하고, 투자자들이 적절한 시점을 기다리다가 주식시장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는 의미다.
정리하면, 최근 금융시장은 저축보다 투자, 장기 보관보다 단기 대기 쪽으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다. 증시에 대한 기대가 더 강해지면 은행에 머물던 자금이 추가로 이동할 수 있고, 반대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빚을 이용한 투자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 지금의 자금 흐름은 투자 심리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