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 의장으로 취임한 지 2주밖에 되지 않은 케빈 워시가 예상치 못한 난제에 직면했습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언제쯤 금리를 낮출 것인가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5월 일자리 통계가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호조를 보이면서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금리 인하는 이미 끝났다는 분석이 월가에서 나오고 있으며, 일부 투자 금융사들은 올해 안에 오히려 금리를 올릴 가능성까지 언급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워시 의장은 취임 초반부터 정치권과 금융 시장의 서로 다른 요구 사이에서 첫 통화정책 회의를 준비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 일자리 통계 호조로 매파 목소리 커져
미국 노동부는 5월 비농업 분야 일자리가 전월 대비 17만 2000개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8만 개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입니다. 실업률은 4.3%로 이전 달과 동일했습니다.
이번 발표는 단순히 예상을 뛰어넘은 수준을 넘어, 노동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졌던 고용 시장 둔화 우려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시장 분위기도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투자자들은 연준이 연내 세 차례 정도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실업률이 오르는 추세를 보였고 기업들의 채용 의지도 약해지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올해 봄 이후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고용이 다시 늘어나고 소비도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 투자 확대가 미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일자리 수요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은 전력과 원자재 수요를 급증시키고 있으며, 관련 산업 전반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퍼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중동 긴장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도 부담 요인입니다.
최근 몇 달간 연준 내부에서는 노동 시장 둔화 위험과 물가 재상승 위험 가운데 어느 쪽을 더 걱정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고용 통계를 계기로 물가 쪽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 연준 내부 분위기 변화
실제 연준 내부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성명에서 “현재로서는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최근 추세가 지속된다면 곧 행동에 나서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금리 동결을 지지한 발언이지만, 시장은 이를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암시한 메시지로 받아들였습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최근 현재 경제 상황이 유지된다면 올해 안에 금리 인상을 지지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연준 내부 논의의 중심이 금리 인하 시기와 폭에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상황으로 바뀐 셈입니다.
🏦 월가도 전망 수정
월가도 빠르게 전망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노동 수요가 예상치를 웃돌며 다시 가속하고 있다”며 “노동 시장 하락 위험에 대한 우려는 완화되고 정책 위험의 초점은 물가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골드만삭스도 비슷한 시각을 내놨습니다. 강한 고용 증가세를 고려하면 연준이 6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 성향을 제거할 가능성이 크며, 9월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BNP파리바는 주요 글로벌 투자 금융사 가운데 처음으로 앞으로 1년 전망에 금리 인상 시나리오를 공식 반영했습니다. 지난해 단행한 세 차례의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올해 12월부터 순차적으로 되돌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노동 시장이 견조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임금 상승률 둔화를 고려하면 워시 의장이 성급하게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습니다.
🏛️ 트럼프는 금리 인하 압박
반면 백악관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훌륭한 고용 통계가 나왔는데 주식 시장은 올라야 한다”며 “성장이 곧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개월 동안 연준을 향해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해 왔습니다. 지난달 워시 의장 취임식에서도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하라”고 말했지만, 같은 날 저녁 유세에서는 “금리를 낮추면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라고 언급하며 자신의 기대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역시 인터뷰에서 “이번 고용 증가는 금리 인상이 필요한 전형적인 사례가 아니다”며 “연준은 앞으로 금리를 인하할 여지를 갖게 될 것이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번 고용 증가는 수요 과열이 아니라 경제의 생산 능력 확대에 따른 공급 측면의 성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금융 시장 반응
금융 시장은 급격히 흔들리고 있습니다. 고용 통계 발표 직후 미국 국채 금리는 상승했고 뉴욕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 넘게 급락했습니다.
투자자들은 경제가 강하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결과 연준이 다시 긴축 카드를 꺼낼 가능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입니다.
연준은 이달 16~17일 정례 회의를 개최합니다. 시장은 이번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투자자 관심은 금리 결정 자체보다 수정 경제 전망과 점도표, 그리고 워시 의장의 첫 기자 회견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노동 시장 재가속과 물가 위험을 연준이 어떻게 평가할지에 따라 앞으로 통화 정책 방향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크게 달라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