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계약서에 해지 조건이 명확하게 적혀 있으면, 위반 내용이 심각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최근 대법원 2부는 분양 받은 사람이 시행업체를 상대로 낸 계약금 반환 소송에서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습니다.
2022년 5월, 대구 지역의 오피스텔 한 채를 분양받은 계약자는 분양 계약서에 ‘시행사가 건축물 분양 관련 법령에 따라 시정 명령을 받으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2023년 12월, 해당 시행업체는 구청으로부터 분양 광고에 지구 단위 계획 수립 여부와 교육 환경 보호 구역 설정 여부를 빠뜨렸다는 이유로 시정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에 분양 계약자는 2024년 3월 계약 취소를 선언하며 계약금 약 3,918만 원과 중도금 대출 이자 등을 합쳐 총 4,351만 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계약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해지 조항이 있더라도 시정 명령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봐야 하고, 위반 사항이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해야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2심 재판부는 “이번 시정 명령은 경미한 위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분양 계약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대법원은 계약서에 적힌 문구의 의미가 객관적으로 명확하므로 해지할 권리가 발생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계약 당사자 간에 해지 사유를 문서로 작성한 경우, 그 문구의 객관적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구 그대로 의사를 인정해야 한다“며 “해지 조항은 ‘시행사가 건축물 분양 관련 법에 따른 시정 명령을 받은 경우 분양 받은 사람은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그 의미가 명확하게 표현되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은 이어 “문구의 객관적 의미와 달리 시정 명령의 원인이 된 위반 사항이 심각한지, 계약 목적 달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고려해 해지 권리 발생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식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